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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바빠 생각 중이야
퇴근 후는 온전히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입니다. 일상에 지쳐 쉬는 방법을 잊은 당신에게, 경향신문 여성 기자들이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의 일상을 공유하는 [퇴근후, 만나요]를 연재합니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이 영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퇴근 후 만나요] 나 지금 바빠 생각 중이야 태희 : 나 지금 바빠. 생각 중이야.태희의 오빠 : 그게 노는 거지 뭐야?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가만히 바쁠 수 있다. 노는 것과 바쁜 것이 대치되지 않을 수도 있다. 창가에 앉아서 생각하는 태희는 세상 제일 여유로워 보이는데 사실은 누구보다 바쁘고 그걸 논다고 표현하면 간편하겠지만 정작 놀고 있는 당사자는 그닥 즐겁지 않아서. 즐겁지 않은 놀이를 놀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저 태희는 태희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숨막히는 스위트홈의 한복판에서 꾸역꾸역 만들어 낸 자기만의 방에서 벌이는 일이기에 바쁘든 놀든 타인을 납득시... -
'먹방같은 걸 왜 보냐'던 내가 침대에 누워 먹방을 보는 이유
퇴근 후는 온전히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입니다. 일상에 지쳐 쉬는 방법을 잊은 당신에게, 경향신문 여성 기자들이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의 일상을 공유하는 [퇴근후, 만나요]를 연재합니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이 영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모두모두 어서오세요.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저녁은 뭐 드셨어요?”평일 밤 10시 즈음, 유튜브 피드에 ‘먹는 중’ 이미지가 뜨면 부리나케 클릭한다. 입짧은햇님, 그러니까 햇님 언니의 먹방 라이브가 시작됐다는 뜻이다. 늘 그렇듯 다정한 안부로 시작되는 방송. 채팅창은 불이 난다. 누구는 냉면을 먹었고, 누구는 돈까스를 먹었단다. 매번 1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접속한다. 채팅창 속 문장들은 초속으로 사라진다. 용기를 내 한 마디 적어보지만(김치볶음밥이요!), 언니의 시선이 채 닿기도 전에 무참히 떠내려간다.능숙하게 메뉴 소개가 이어진다. 먹방 메뉴는 그날그날 다르다. 햇님 맘대로. 떡볶이부터 곱창,... -
동물의 숲 과몰입 중, '무임승차' 이웃들과 살아가는 기쁨
퇴근 후는 온전히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입니다. 일상에 지쳐 쉬는 방법을 잊은 당신에게, 경향신문 여성 기자들이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의 일상을 공유하는 [퇴근후, 만나요]를 연재합니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이 영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퇴근 후, 만나요] 동물의 숲 과몰입 중, ‘무임승차’ 이웃들과 살아가는 기쁨 ‘살까 말까, 살까 말까?’ 1년을 고민했다. 필요한 물건이면 고민하느니 사는 게 낫다는 여유있는 소비기준을 가졌음에도 구매를 할 수 없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무 쓸모도 없는데 가지고 싶어. 하지만 단지 가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엔 너무 비싸다! 게임 하나 플레이하는데 30만 원!닌텐도 스위치 품귀현상까지 일으켰던 ‘동물의 숲 대란’을 견뎌내고 올해 봄, 스위치와 동물의 숲을 샀다. 당근마켓이라는 합의점을 찾았다는 고백은 반만 진실이다. 솔직히 도저히 견딜 수 없었고 ‘살까 말까 할 땐 사자’병이 도졌다. 결과적으로 10... -
'그레이 아나토미'의 인턴은 과장이 됐고, 나는 여전히 미드를 본다
퇴근 후는 온전히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입니다. 일상에 지쳐 쉬는 방법을 잊은 당신에게, 경향신문 여성 기자들이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의 일상을 공유하는 [퇴근후, 만나요]를 연재합니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이 영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퇴근 후, 만나요]'그레이 아나토미'의 인턴은 과장이 됐고, 나는 여전히 미드를 본다 나의 첫 미드는 ‘로스트’였다. 막 고3이 된 어느날, 야자 후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다(?) 로스트를 발견했다. 추락한 비행기와 무인도, 이 많은 사람들 간 갈등과 협력과 로맨스와 배신과 어쩌구저쩌구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라구? 이 재난미스테리판타지스릴러 장르가 막 섞인 이게 드라마? 나는 즉시 그 압도적인 스케일과 흥미진진한 시나리오에 빠져들었고, 그 후로 야자 후 인터넷 강의 1개에 미드 1편을 보는 매우 피곤한 생활을 이어가다 간신히 대학생이 되었다.대학생이 된 후에는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그레이 아나토미’를... -
아침의 수영장에서 만나는 여자들의 얼굴
퇴근 후는 온전히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입니다. 일상에 지쳐 쉬는 방법을 잊은 당신에게, 경향신문 여성 기자들이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의 일상을 공유하는 [퇴근후, 만나요]를 연재합니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이 영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퇴근 후, 만나요] 아침의 수영장에서 만나는 여자들의 얼굴 아침의 수영장에서 여자들의 얼굴을 보는 게 좋다. 앳된 얼굴도 있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도 있다. 그것을 하나하나 홀린듯 바라보게 될 때가 있다. 물 밖에서 각자의 일상과 고투하다가 이곳에 와 진지한 얼굴로 물을 헤쳐 가는 법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을.남자들을 제치고 앞서 헤엄쳐 나가는 것도 좋다. 쾌활하고 세심한 우리반 담당 여자 선생님은 2개월 차에 나를 중급반 맨 앞자리로 당겨 세워 주었다. 간격을 한참 두고 출발해도 머리가 자꾸 앞사람 발에 가닿는 걸 눈여겨 본 모양이었다.사람의 능력치란 수없이 많은 요인이... -
포켓몬고 '고인물'이 된 엄마와 함께하는 트레이너의 삶
퇴근 후는 온전히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입니다. 일상에 지쳐 쉬는 방법을 잊은 당신에게, 경향신문 여성 기자들이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의 일상을 공유하는 [퇴근후, 만나요]를 연재합니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이 영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퇴근 후, 만나요] 포켓몬고 ‘고인물’ 엄마와 함께하는 트레이너의 삶 나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를 한다. 그것도 열심히, 매일 한다. ‘시작한 날 2017년 1월24일. 걸은 거리 3089.8km. 잡은 포켓몬 2만1959마리. 방문한 포켓스톱 1만3669개.’ 게임 속 프로필 아래엔 나의 포켓몬 고 역사가 모두 기록돼 있다. 유행하는 건 곧장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국내에서 게임이 출시되자마자 시작했다. 회사가 광화문 인근이란 건 포켓몬 고 유저에게 엄청난 행운이었다. 널리고 널린 게 포켓스톱과 체육관이었으니까. 출시 초기, 게임의 인기는 대단했다. 영하의 날씨를 기록하던 2017년 2월 어느 주말... -
세상 사람들! '비밀보장' 들어볼래요?
퇴근 후는 온전히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입니다. 일상에 지쳐 쉬는 방법을 잊은 당신에게, 경향신문 여성 기자들이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의 일상을 공유하는 [퇴근후, 만나요]를 연재합니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이 영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퇴근 후, 만나요] 세상 사람들! '비밀보장' 들어볼래요? 벌써 4년째다. ‘비보’를 들은 지 말이다. 오해가 생길까봐 덧붙이자면 여기서 비보는 슬픈 소식이 아니라 ‘비밀보장’의 준말이다. 공식 이름은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 코미디언 송은이·김숙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두 언니의 목소리는 어느덧 4년째 내 아침과 저녁을 책임지고 있다. (덕질기니까 편하게 은이 언니·숙 언니라 쓰겠다.)비밀보장을 알게 된 건 우연히 한 예능 프로그램 영상 클립을 보게 되면서였다. 출연자들의 냉장고를 털어 셰프들이 15분 동안 요리 대결을 펼치던 프로그램에 언니들이 나온 적 있다. 당시 ‘코너 속의 코너’로 셰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