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만나요
퇴근후 만나요

플랫팀

여성 서사 아카이브

퇴근 후는 온전히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입니다. 일상에 지쳐 쉬는 방법을 잊은 당신에게, 경향신문 여성 기자들이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의 일상을 공유하는 [퇴근후, 만나요]를 연재합니다. 누군가의 사소한 일상이 영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퇴근 후, 만나요] 세상 사람들! '비밀보장' 들어볼래요?



벌써 4년째다. ‘비보’를 들은 지 말이다. 오해가 생길까봐 덧붙이자면 여기서 비보는 슬픈 소식이 아니라 ‘비밀보장’의 준말이다. 공식 이름은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 코미디언 송은이·김숙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두 언니의 목소리는 어느덧 4년째 내 아침과 저녁을 책임지고 있다. (덕질기니까 편하게 은이 언니·숙 언니라 쓰겠다.)

송은이·김숙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비밀보장’은 어느덧 4년째 내 아침과 저녁을 책임지고 있다.

송은이·김숙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비밀보장’은 어느덧 4년째 내 아침과 저녁을 책임지고 있다.

비밀보장을 알게 된 건 우연히 한 예능 프로그램 영상 클립을 보게 되면서였다. 출연자들의 냉장고를 털어 셰프들이 15분 동안 요리 대결을 펼치던 프로그램에 언니들이 나온 적 있다. 당시 ‘코너 속의 코너’로 셰프들이 익명으로 쓴 고민 사연을 언니들이 읽고 속시원하게 해결하는 게 있었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 후배들이 자주 그만둬서 고민’이라는 사연에 숙 언니가 한 마디를 던졌다. “후배들이 아니라 니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 안 해봤나?” 여기서 키포인트는 매우 강한 억양의 부산 사투리다.

그 날 바로 팟캐스트 앱을 깔고 1회부터 쭉 정주행했다. 이미 꽤 많은 회차가 나와 있었다. 한창 많이 들을 땐 하루에 4~5회를 들었다. 한 회당 1시간 남짓이니 하루에 꼬박 4~5시간을 여기에 바친 거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바로 비밀보장을 틀고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뒤 비밀보장을 들으며 집에 가는 건 4년째 이어지는 ‘루틴’이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 후배들이 자주 그만둬서 고민’이라는 사연에 숙 언니가 한 마디를 던졌다. “후배들이 아니라 니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 안 해봤나?” 그 날 바로 팟캐스트 앱을 깔고 비밀보장을 1회부터 쭉 정주행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캡처

‘나 때는 안 그랬는데~ 후배들이 자주 그만둬서 고민’이라는 사연에 숙 언니가 한 마디를 던졌다. “후배들이 아니라 니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 안 해봤나?” 그 날 바로 팟캐스트 앱을 깔고 비밀보장을 1회부터 쭉 정주행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캡처

매력을 하나씩 풀어보자면 우선 언니들 그 자체다! 한 사연자가 ‘친구들이 왜 송은이를 덕질하느냐고 묻는데 막상 이유를 말하진 못하겠다’고 보낸 적 있었다. 당시 숙 언니는 장난삼아 “아직 살아 있고, 이가 튼튼하고, 어디서든 잘 자고…”라고 말했지만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지 않나? (건강은 최고의 선물이니까 장점이 아니라고 부인하진 않겠다. 하하)

언니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했다. 교양 프로그램 MC, 개그콘서트 ‘따귀소녀’ 등으로 각자 왕성하게 활동하다 어느 순간 일이 끊겼다. 이른바 ‘논란’이나 ‘자숙’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방송가에서 여성 희극인들을 찾지 않아서였다. 심지어 숙 언니는 준비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하차 통보를 받았다. 언니들은 ‘누구도 잘리지 않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자비로 마이크, 카메라 장비 등을 사서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언제 망할지 모르지만 일단 해보자는 심정이었다 했다. 중고나라에 팔 것을 대비해 포장 박스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 5월에 시작해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회씩 무탈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은 무려 6주년이었다. 언니들 목만 건강하다면 차기 장수 프로그램 자리를 꿰찰 수 있지 않을까! 소박한 바람이다.

4년이 지나는 동안 대학생에서, 취업준비생을 거쳐, 직장인이 됐다. 온갖 세상 시끄러운 일의 한가운데 서야 하는 일이다 보니 퇴근 시간 즈음엔 영혼까지 털려 있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언니들의 목소리가 정말 힘이 된다.

4년이 지나는 동안 대학생에서, 취업준비생을 거쳐, 직장인이 됐다. 온갖 세상 시끄러운 일의 한가운데 서야 하는 일이다 보니 퇴근 시간 즈음엔 영혼까지 털려 있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언니들의 목소리가 정말 힘이 된다.

끼쟁이 ‘땡땡이’들을 만나는 것도 매력 요소 중 하나다. ‘땡땡이’는 팬들을 부르는 애칭이다. 이렇게 정해진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언니들이 땡땡이 무늬 옷을 좋아하고, 비밀보장을 위해 ‘김○○(김땡땡)’ 이런 식으로 사연자를 소개하기 때문이다. 비밀보장 초기에는 삼행시, 성대모사, 휘파람, 랩, 외국어 등 다방면에서 능력 있는 분들이 많이 나왔다. 택시에서 황급히 내려 까마귀 성대모사를 하던 땡땡이도, 휘파람 능력자였는데 지각해 뛰어가면서 전화를 받던 직장인 땡땡이도, 전래동화 구연을 하던 고등학생 땡땡이도 떠오른다. 아! <비보쇼 - 북콘서트>에 ‘송은이 외계인설’이 일었던 하객 패션을(은이 언니에겐 미안하지만 궁금한 분들은 네이버에 ‘송은이 외계인’을 바로 검색해보자!) 그대로 입고 온 땡땡이는 정말이지 잊을 수 없다. 이런 끼라곤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사람에겐 정말 부러운 능력이다. 땡땡이들 정말 멋져요!

4년이 지나는 동안 대학생에서, 취업준비생을 거쳐, 직장인이 됐다. 온갖 세상 시끄러운 일의 한가운데 서야 하는 일이다 보니 퇴근 시간 즈음엔 영혼까지 털려 있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언니들의 목소리가 정말 힘이 된다. 일기인지 팬레터인지 모를 글이 언니들에게 닿을진 모르겠지만 이 기회를 빌어 진심을 전해본다. 이걸 읽는 땡땡이 한 명쯤은 비밀보장 ‘모두’ 홈페이지(https://vivo.modoo.at/)에 올려주겠지?(찡긋) 언젠가 언니들이 이 글을 읽어줄까, 괜스레 기대가 된다. :)

영원한 땡땡이
혼밥의 즐거움을 빼앗긴 정치부 막내. ISFJ

TOP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