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을 위하여…지금은 잠깐 쉬어갈 때

김세훈 기자

이강인을 뽑는 게 맞을까, 아니면 잠시 안 뽑는 게 옳을까.

황선홍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의 최대 고민일 것이다. 황 감독은 태국과의 월드컵 아시아 예선(21일 서울·26일 방콕)에 나설 국가대표 명단을 오는 11일 발표한다.

기자는 축구계 인사들로부터 이강인 발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 의견들을 정리해본다.

“이강인이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소개된다고 가정하자. 응원 소리도 있겠지만 야유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강인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아직 적잖은 팬들이 이강인을 진심으로 용서하진 않은 것 같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손흥민, 이강인에게 집중될 것이다. 경기 전, 경기 도중, 경기 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둘 간 화해가 아니라 태국전 2연승이다. 집중력을 분산하는 것은 안 된다.”

“이강인이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데다, 아시안컵에서 형들에게 대든 것으로 욕을 많이 먹었다. 공을 잡으면 드리블해야 할까, 패스해야 할까. 생각이 많으면 플레이가 안 된다.”

“이강인은 손흥민을 의식할 것이다. 요르단전 둘 간 패스 수까지 기사화됐다. 볼을 잡으면 손흥민을 먼저 볼 것이고 의식적으로 패스를 더 주려 할 것이다. 팀 플레이가 될 수 있을까.”

“이강인이 잘해도 욕먹을 수 있다. 아직 이강인을 진심으로 용서하지 않은 팬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만일 실수라도 한다면 어떨까. 이강인은 더 위축되고 팬들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더 깊은 나락에 빠질지 모른다.”

“이강인이 겸손한 자세로 이타적으로 플레이하면서 공격수를 철저하게 도우면 팬들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질지도 모른다. 어시스트 3, 4개 정도를 하면 팬들이 용서해줄까.”

“이강인은 손흥민을 만나 용서를 구했고 형들에게도 전화로 사죄했다. 한동안 자성하는 시간을 갖는 게 팬들 마음을 되돌리는 첫걸음이 아닐까. 바로 국가대표에 뽑히는 건 이강인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강인은 아시안컵 후 프랑스리그에서 61분, 45분, 4분으로 출전 시간이 줄었다. 전반기 평균 출전 시간(67분)보다 적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름값으로, 화해 세리머니를 의식해 그를 뽑는 건 논란만 가중할 뿐이다.”

“황선홍 감독은 말 그대로 임시 감독이다. 임시 감독이라고 하면 모든 걸 제쳐놓고 오직 2경기를 이기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다른 논란거리를 만드는 것은 불필요하다. 이강인 발탁은 정식 감독에게 넘기는 게 맞다.”

물론 이강인 발탁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의견은 대부분 해피엔딩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강인 발탁이 그들의 바람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해피엔딩이 되려면 앞서 거론한 많은 변수가 모두 사라져야만 한다. 이강인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숱한 변수 속에서도 이강인을 뽑는 게 맞을까.

K리그에서 뛰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강인이 합류하는 걸 긍정적으로 본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가 ‘이강인 발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싫다고 말할 선수는 거의 없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의 발언은 욕먹기 싫어서, 논란을 피하려고 하는 ‘공식’ 발언일 뿐이다. 이강인의 팬들도 “이강인이 잘못한 게 없다. 그런데 왜 그가 국가대표로 뽑히면 안 되느냐”고 말한다. 이강인을 변호하고 지지하는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남는다. 팬들의 바람대로 이뤄지는 게 결과가 나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면 한 번쯤 재고해보는 게 옳지 않을까. 기자는 이강인이 이번 태국과의 2연전에는 발탁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강인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스포츠부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스포츠부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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