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승자’가 된 고진영 “하늘이 주신 선물 감사…감자튀김 배 위에 놓고 TV 보며 즐기고 싶어”

김경호 선임기자

“손목 통증으로 이번주엔 연습을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매일 샷을 똑바로 치고, 퍼트를 성공했는지 나도 믿기지 않는다.”

고진영(26)이 손목 통증을 안고도 완벽한 경기력을 보였다. 22일 LPGA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에서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한 고진영은 우승 인터뷰에서 “이번주엔 아예 연습샷을 못 쳤다. 경기 전 칩샷 몇 번, 그리고 퍼트 연습을 하고 라운드해야 했다”면서 “그런데도 페어웨이가 좁은 1번홀부터 나흘 내내 샷을 똑바로 쳤다. 나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목 통증은 생각보다 심했다. “1라운드 11번홀에서 손목이 너무 아파 울면서 세컨드샷 지점으로 가는데 캐디가 ‘한 대회가 중요한 건 아니니, 기권해도 좋다’고 했지만 기권하고 싶지 않았다”는 고진영은 “그때 포기하지 않아 하늘에서 우승 선물을 주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신기하고 좋은 한 주”라고 말했다. 고진영은 진통제로 아픔을 달래면서 2라운드부터 사흘 연속 그린적중률 100%(54/54)를 기록하며 대반전을 이뤘다.

고진영은 “마지막날 9언더파 63타를 치면서 우승한 게 남다르다. 내 베스트 스코어가 64타였는데, 그걸 거의 10년 만에 깨 더 의미가 있다”면서 “시즌 5승도 내 최고기록이다. 올 초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펐고 방황을 많이 했는데, 2019년보다 달콤한 마무리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의 선수상 경쟁에서는 “사실 지난주에 넬리 코르다가 우승하면서, 이번주 우승하지 못하면 상은 못 받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4승이나 했는데, 올해의 선수상을 못 받으면 너무 억울할 거 같아 오늘 라운드에 집중했다”면서 “넬리는 메이저 우승 등 4승과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멀리 똑바로 치면서 퍼트도 잘하는데 내가 운이 더 좋았다”고 상대를 배려했다.

부상이 아니라면 더 많이 우승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고진영은 “그렇다. 특히 도쿄에서 좋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도쿄 올림픽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웃으며 답했다. 올림픽 노메달(공동 9위)은 시즌을 마무리하면서도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국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을 두 번 받았다는 사실에 “몰랐다. 위대한 한국선수가 많은데 영광”이라고 한 고진영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 당분간 골프채를 놓고 감자튀김을 배 위에 놓고, TV를 즐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