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에이스 기보배 “선배들 볼 면목이 생겼어요”

런던 | 이정호 기자

큰 대회 징크스 깨고 2관왕

“빗나간 마지막 발에 당황… 이렇게 운 좋은지 몰랐다”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의 눈시울은 금세 빨개졌다. “그동안 선배들 앞에 서기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당당하게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할 때는 눈물을 글썽였다.

2일 밤 그가 따낸 런던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은 기보배 자신에게도, 한국 양궁에도 그만큼 의미가 컸다. 기보배는 2010년 처음 국가대표에 뽑힐 때부터 한국 여자양궁을 이끌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딸 때는 ‘얼짱’으로 주목을 받았다. 귀여운 눈웃음과 외모가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2일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멕시코의 아이다 로만을 꺾고 세계 최고의 여궁사에 오른 기보배가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런던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일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멕시코의 아이다 로만을 꺾고 세계 최고의 여궁사에 오른 기보배가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런던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이후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개인전에서 부진했다. 국제양궁연맹(FITA) 랭킹에서 1위를 달리고 각종 대회에서도 예선 라운드 톱시드를 받았지만, 토너먼트에 들어가서는 번번이 중도에 탈락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2강전에서 떨어졌다. 한국은 다른 선수들마저 부진해 1981년 이후 처음 세계선수권 개인전 노메달의 수모까지 당했다.

이날 결승전도 쉽지는 않았다. 마지막 5세트까지 동점으로 끝낸 뒤 한 발로 승부하는 슛오프에서도 동점이었지만 약 2㎝ 차이로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 내내 왔다갔다한 강풍이 승리를 어렵게 했다.

기보배는 “그동안 훈련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한 발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경기장에 부는 바람을 고려해 빠른 호흡으로 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침 바람이 불면서 생각보다 빗나갔다”며 “나도 당황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상대가 쏘는 모습은 긴장이 돼서 차마 보지 못했다”면서 “제가 이렇게 운좋은 아이인지 몰랐다”며 미소지었다.

기보배는 이로써 여자 단체전에 이어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끊어졌던 양궁 여자 개인전 6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 기록도 다시 시작했다. 2010년 태극마크를 단 후 한국 양궁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도 정작 큰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마음고생도 털어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4강행에 실패했고, 지난해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32강전에서 탈락했다. 기보배는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실패한 뒤 마음을 다잡고 훈련했다. 그동안 선배님들 앞에 서기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당당하게 설 수 있을 것 같다”며 비로소 큰 짐을 벗어난 듯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팀원들을 생각하면 나 혼자 메달을 딴 것 같아 미안하고 아쉽다”며 응원해준 국민들과 힘이 돼준 이성진, 최현주 등 팀원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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