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표리부동’ 들통난 IOC

최희진 기자

정치적 표현 괜찮지만, 공개할 순 없다?

[Tokyo 2020]‘표리부동’ 들통난 IOC

고위층 “공식 미디어에 올리지 마”
비판 거세자 ‘시위 사진’ 늑장 게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일부 허용하고도 IOC 공식 미디어에선 시위 장면을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IOC는 외신들이 이런 행태를 비판하자 그제야 공식 소셜미디어에 시위 사진을 게재했다고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1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칠레와의 개막전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의 뜻을 담아 무릎 꿇기 시위를 벌였다(사진). 칠레 선수들은 영국 선수들의 대의에 동참해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 한 시간 뒤에 열린 미국과 스웨덴의 여자축구 예선전에서도 같은 장면이 되풀이됐다.

그러나 IOC가 운영하는 도쿄 올림픽 공식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시위 사진이 단 한 장도 게시되지 않았다. 가디언의 취재로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고위층이 지난 20일 ‘선수들의 시위 사진을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리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시위가 가능해진 것은 IOC가 이달 초 정치적·인종적·종교적 선전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IOC는 경기 개시 전 선수 소개 시간, 기자회견 등 특정 상황에서 선수가 견해를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메달 수여식 도중 시위는 여전히 금지되지만, 의사 표현을 원하는 선수들의 바람 일부를 수용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IOC가 선수들의 시위를 인정하지 못하고 감추고 싶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IOC는 언론의 비판 보도가 나오자 방침을 바꾸고 소셜미디어에 시위 사진을 공개했다.

전·현직 선수들은 헌장 50조를 일부 완화한 IOC의 현재 입장도 미온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968 멕시코시티 올림픽 메달 시상대에서 주먹을 높이 드는 시위를 벌였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 등 전·현직 선수 150여명은 메달 시상대에서 시위하는 선수들을 처벌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IOC에 보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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