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은퇴했다 돌아온 노장 검객 김정환 “머리 맞은 순간 정신이 번쩍”

도쿄 | 김은진 기자

아내에게 선수로 인정받고파

결혼 후 다시 선수촌으로

랭킹 15위로 출전 동메달 쾌거

‘올림픽 메달 셋’ 펜싱 새역사

도쿄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에 출전한 김정환이 지난 24일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조지아의 산드로 바자제를 꺾은 후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에 출전한 김정환이 지난 24일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조지아의 산드로 바자제를 꺾은 후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정환(38)은 피스트 위의 파이터다. 경기 중 동작도 함성도 크고 두드러진다. 관중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 응원의 기를 끌어모으기 위해, 무엇보다 스스로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늘 힘껏 소리 지르고 뛰어다닌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남자 사브르 동메달로 올림픽 첫 개인전 메달을 딴 김정환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은퇴하겠다고 결심했다. 피스트에서 내려와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으로 돌아간 김정환은 소개팅을 했다. 평생의 인연을 만났고 지난해 결혼했다. 그런데 다시 검을 잡고 진천선수촌으로 들어갔다. 세대교체가 더딘 남자 사브르에서 불혹을 바라보는 김정환은 아직 경쟁력이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것을 알지만 펜싱 선수가 아닌 김정환과 결혼했다. 남편이 얼마나 잘했고 한국 펜싱 역사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김정환은 “처음 은퇴 뒤 이제 운동선수 아니라고 하면서도 마음속에서 나는 계속 운동선수였다. 아내만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선수촌에 있을 때도 장인어른이 매일 전화를 주셨다. ‘잘하는 것을 우리는 아니까 다치지만 말라’고 걱정하셨다. 의지가 정말 불타올랐다”고 말했다.

아내가 좀 알아주기를 바라며 검을 잡고 이를 악문 김정환은 2021년 일본 도쿄에서 한국 펜싱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24일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2016년 리우 대회 당시 세계랭킹 2위였던 김정환은 이번 대회에 랭킹 15위를 달고 출전했다. 16강에서는 세계랭킹 2위 선수를, 8강에서는 8위 선수를 제치고 4강에 올랐다. 4강에서 미끄러져 결승에 가지 못했지만 5년 전 리우에서처럼, 다시 한번 3·4위 결정전에서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동점이던 경기 후반 상대 검에 머리를 맞아 부어오르자 오히려 “정신이 번쩍 났다”며 연속 득점해 경기를 끝내버린 여전한 ‘파이터’다. 이제 김정환은 한국 펜싱 역사상 올림픽 메달 3개를 목에 건 첫 선수다.

김정환은 “은퇴했다가 돌아온 이유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아보고 싶어서였다. 꿈이 이뤄졌고 아내와 장인어른에게 멋진 모습 보일 수 있어서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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