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그럼에도 할 수 있다’…12세 시리아 소녀가 남긴 희망가

김경호 선임기자

‘탁구 최연소 출전’ 헨드 자자

“전쟁 등 힘든 일 많았지만

희망의 메시지 주고 싶다”

[Tokyo 2020]‘그럼에도 할 수 있다’…12세 시리아 소녀가 남긴 희망가

마지막 포인트를 잃은 2020 도쿄 올림픽 최연소 선수는 눈물을 글썽였다. 길고 험난했던 준비기간에 비해 12세 소녀의 올림픽 데뷔전은 너무 짧았다.

24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탁구 여자 개인전 예선에 출전한 헨드 자자(시리아·사진)는 오스트리아의 리우지아에게 0-4로 패해 도쿄 올림픽 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2009년 1월1일생으로 만 12세7개월에 불과한 자자는 도쿄 올림픽 참가 선수 중 가장 어리고, 역대 올림픽 탁구선수 중 최연소 선수이며 전체 올림픽을 통틀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최연소자이다. 바르셀로나 대회에는 12세 수영선수, 11세 조정선수가 출전했다. 자자는 39세의 베테랑 리우지아에게 첫 세트를 뺏겼지만 2세트에서는 6-2로 앞서가며 선전했다.

열 살짜리 딸을 둔 엄마 선수인 리우지아는 “딸에게 ‘너보다 두 살 많은 상대와 맞붙는다’고 했더니 ‘그러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했다”며 “엄마와 같은 심정으로 경기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리우지아는 경기가 끝난 뒤 자자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포옹하며 격려했다.

자자는 11세이던 지난해 2월 서아시아 예선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상대는 42세로 무려 서른한 살 차였다.

다섯 살 때 오빠를 따라 탁구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배울 여건은 바랄 수 없었다. 오래 지속된 내전으로 인해 안전한 훈련장을 찾기 어려웠고, 수시로 정전이 되는 바람에 운동을 멈추는 게 일상이었다. 때로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또 때로는 군데군데가 상한 탁구대를 이용해 운동했다.

지난해 자자가 최연소로 올림픽 티켓을 따내자 탁구 종주국인 중국탁구협회가 그를 초청해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관심을 쏟았다. 국제적으로 화제의 인물이 된 자자는 지난 23일 올림픽 개회식에서 시리아 선수단의 기수로 나서 또 한번 눈길을 끌었다.

자자는 “지난 5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했다. 특히 나라 전체에서 전쟁이 벌어졌고, 올림픽 지원금 지급이 지연되는 것도 매우 견디기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나와 같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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