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금 신재환 인터뷰
“학선이 형 따라가며 수준 올라
전날 메달 딴 서정이가 기도해줘
내 이름 건 기술, 2~3년 내 도전”
박종훈이 시작이었고, 여홍철이 기반을 다졌다. 양학선이 만들어 놓은 목표를 따라갔던 신재환(23·제천시청)이 한국 체조 사상 2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신재환은 “이게 다 선배이자 스승인 양학선 형 덕분이다. 형이 지금까지 잘 알려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 도마의 전통은 이제 신재환으로 이어졌다.
신재환은 2일 도쿄 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1·2차 합계 14.783점으로 금메달을 땄다. 경기 전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던 신재환은 2차 시기에 ‘여2’를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하게 웃었다.
신재환의 금메달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도마가 주종목인 신재환은 단체전 대표가 아니라 도마 세계랭킹 1위에 올라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 진출권을 땄다. 월드컵 체조대회를 빼면 큰 대회에 나가본 적도 없다.
신재환은 메달을 목에 건 뒤에도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무덤덤하다”고 했다. 1차 시기 요네쿠라 기술 때는 “짚는 순간 ‘안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제대로 서기만 해야겠다고 막 잡아채 돌렸는데, 운좋게 서졌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대신 2차 시기의 ‘여2’는 완벽에 가까웠다. 신재환은 “9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1차 시기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회전이 타이 브레이크 끝 금메달을 만들었다.
신재환의 금은 앞의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길에서 나왔다. 한국 도마의 강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신재환은 “학선이 형 이전의 기준이 70이었다면 학선이 형이 한국 도마의 기준을 95까지 끌어올렸다. 우리가 그거 따라잡으려 하다보니 도마 실력 평균이 확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양학선의 2012 금메달이 길을 열었고, 그 길을 따라 온 신재환이 또 하나의 금을 만들었다.
신재환은 “전날 동메달을 딴 (여)서정이한테 기도 받았다. ‘오빠 꼭 잘하라’고 하더라. 오늘 경기장에 온 (양)학선이 형도 목청 터져라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이제 양학선의 시대가 지나 신재환의 시대가 온다. 신재환은 “신재환 키즈? 그건 절대 아니다”라며 “학선이 형한테 ‘형 덕분에 딴 것’이라고 할 거다. 지금까지 알려줘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신, 자기 이름을 건 기술 하나는 신재환에게도 목표다. 신재환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2~3년 안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믹스트존 인터뷰가 끝났는데 신재환이 갑자기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신재환은 “제천시장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신재환은 제천시청 체조팀 소속이다. 신재환은 “제가 4차원이라는 소리를 좀 듣는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