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석 선수 “미안합니다” 성시백 어머니 “안다쳐 다행”

밴쿠버(캐나다)|김은진 기자

쇼트트랙 충돌 그후…“무리한 추월” 네티즌 와글와글

에이스 없어 경쟁 치열해진 결과, 대표팀 악몽 털고 “계주에 매진”

충격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쇼트트랙의 이호석(24·고양시청)과 성시백(23·용인시청)은 남자 대표팀에서도 가장 금메달이 유력한 ‘에이스’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 14일 열린 2010 밴쿠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 이호석은 실격, 성시백은 5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호석(242번)과 성시백(244번)이 14일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열린 2010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결승점을 앞두고 넘어지고 있다. 가운데는 1위로 골인한 이정수(243번). 밴쿠버 | 연합뉴스

이호석(242번)과 성시백(244번)이 14일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열린 2010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결승점을 앞두고 넘어지고 있다. 가운데는 1위로 골인한 이정수(243번). 밴쿠버 | 연합뉴스

마지막 반바퀴를 남겨놓고 이정수-성시백-이호석 순으로 한국 선수들이 금·은·동을 싹쓸이하는 분위기였지만, 3위였던 이호석이 인코스로 추월하려다 성시백과 부딪쳤다. 둘 다 넘어지며 펜스와 충돌 하는 사이 4·5위로 들어오던 아폴로 안톤 오노와 J R 셀스키(이상 미국)가 은·동메달을 가져갔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 사고가 한국대표팀의 남은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을까.

원인은? 에이스가 없다

전명규 빙상연맹 쇼트트랙 부회장은 “성시백이 아웃코스로 나가서 2위로 올라온 직후였다. 이호석은 성시백이 계속 바깥으로 가는 줄 알고 들어가다 안쪽으로 들어오던 성시백과 부딪친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호석의 ‘추월’은 팀을 위해 개인을 희생해야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았다. 맏형으로서의 자세가 아니었다는 비판, “오노의 메달 도우미가 됐다”는 비난이 국내 네티즌 사이에 들끓었다.

한국대표팀에서는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을 에이스 부재로 꼽고 있다. 과거 김동성이나 안현수 같은 독보적 선수가 있으면 팀내 과열경쟁은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1500m 세계랭킹에서 이정수가 1위, 성시백이 3위, 이호석이 4위다. 지난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각각 한 차례씩 돌아가며 우승했다. 1500m는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이고,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의 뜨거운 경쟁의식이 불운으로 이어진 셈이다.

충돌 그후

15일 같은 장소에서 공식훈련을 마친 이호석이 관중석의 성시백 어머니에게 달려가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있다. 밴쿠버 | 뉴시스

15일 같은 장소에서 공식훈련을 마친 이호석이 관중석의 성시백 어머니에게 달려가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있다. 밴쿠버 | 뉴시스

대표팀은 15일 밴쿠버 퍼시픽콜로세움에서 공식훈련을 했다. 전날 1500m 결승전을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믹스드존을 빠져나갔던 이호석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다른 선수와 달리 훈련 중 거의 말도 하지 않은 채 스케이트만 탔다. 이호석의 욕심에 희생됐다고 동정받고 있는 성시백도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

특히 이호석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넷을 통해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을 파악하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선수단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이호석은 이날 훈련장을 찾은 성시백의 가족에게도 찾아가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성시백의 어머니 홍경희씨도 이호석에게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이 경기가 끝이 아니니 다음 경기에 잘 하면 된다”고 등을 토닥여줬다.

충돌 악몽에 잠시 혼란스러웠던 대표팀 분위기도 진정된 분위기다. 이정수는 “호석이 형 기분이 좀 가라앉은 것 같기는 하지만 팀 운동을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팀 분위기도 달라진 것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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