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다음은 이정수… 쇼트트랙 金 계보 이어

조미덥 기자

세계랭킹 1위… AP가 3관왕 후보로 지목

지난 14일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긴 이정수(21·단국대)는 ‘말을 앞세우기보다 메달로 보여주겠다’는 각오에 충실한 선수였다.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이정수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했다. “올림픽 전에 관심을 받긴 싫다. 금메달을 딴 후 결과로 주목받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미국 AP통신이 자신을 올림픽 3관왕 후보(1500m·1000m·5000m계주)로 지목했을 때도 들뜨기보다는 “예상에 불과하다”며 웃어넘겼다. 올림픽 전에는 대표팀 선배 이호석(24·고양시청)과 성시백(23·용인시청)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렸다.

하지만 이정수는 2009~2010 시즌 남자 1500m 세계랭킹 1위였다. 그는 올림픽 바로 전 대회였던 월드컵 4차대회(미국) 1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1차 대회(중국) 3위, 2차 대회(한국) 2위로 고른 성적을 냈다. AP의 예상은 이런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었다.

“금메달로 주목받고 싶다”던 이정수의 각오는 올림픽 무대에서 그대로 지켜졌다. 그는 14일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열린 1500m 준준결승에서 2분12초380으로 올림픽 기록을 세운 뒤 준결승에서 2분10초949로 다시 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도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와 이호석, 성시백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2분17초611로 최고 자리에 우뚝 섰다. 2위를 다투던 이호석과 성시백이 결승선 앞에서 충돌해 각각 실격, 5위에 머물렀고 오노(2분17초976)와 J R 셀스키(미국·2분18초053)가 어부지리로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이정수가 정상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완만한 산에 오르는 것과 같았다. 그는 크게 주목받은 적은 없지만 조금씩 진가를 발휘하며 성장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취미로 스케이트를 시작한 이정수는 2006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1개를 목에 걸며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기대주로 주목받았고, 2009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난생 처음 대표팀에 뽑혔다. 그 후 대표팀 세대 교체의 기수로 활약하며 선배인 이호석, 성시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000m와 5000m계주 등을 앞둔 그는 올림픽 금메달의 감격을 잊고 다시 스케이트화 끈을 조여맸다. 이정수는 금메달을 딴 14일 밤 아버지 이도원씨(49)와의 통화에서 “아직 경기가 남았으니 대회가 끝날 때까진 기뻐하긴 이르다”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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