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의 꿈 대신 ‘아버지의 나라’ 선택했기에 더 뭉클하다

이정호 기자

20년 만에 조국 세네갈을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쿨리발리

세네갈 축구 대표팀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가 30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에콰도르전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알라이얀 | 신화연합뉴스

세네갈 축구 대표팀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가 30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에콰도르전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알라이얀 | 신화연합뉴스

프랑스서 태어난 U20 대표 출신
나폴리의 벽으로 불리다 첼시로

에콰도르전 후반 극적인 결승골
4년 전 경고로 탈락한 아픔 씻어

‘아프리카 챔피언’ 세네갈이 20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수비의 핵’ 칼리두 쿨리발리(31·첼시)가 팀을 구하고 조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세네갈은 30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에콰도르를 2-1로 눌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던 세네갈은 20년 만에 월드컵 토너먼트 무대를 밟는다. 대표팀 최다 골 기록(93경기 34골)을 보유한 간판 골잡이 사디오 마네(30·바이에른 뮌헨)가 다리 골절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4년 전 러시아 대회에서 일본과 승점뿐만 아니라 득실차(0), 다득점(4골)까지 동률이었지만, 경고를 더 받은 탓에 페어플레이 포인트에서 밀려 아쉽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아픔도 씻어냈다.

후반 모이세스 카이세도의 동점골이 터진 순간까지만 해도 에콰도르가 16강에 다가서는 듯했다. 에콰도르는 1-1 스코어로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세네갈을 구한 건 쿨리발리였다. 후반 25분 세네갈의 프리킥 상황에서 페널티 지역 오른쪽으로 흐른 공을 공격에 가담한 쿨리발리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쿨리발리는 통산 67번째 경기 만에 넣은 A매치 첫 골로 팀에 16강행 티켓을 안겼다. 쿨리발리는 한국 축구팬들에겐 친숙한 이름이다. 그는 김민재(26)에 앞서 나폴리의 승승장구를 이끈 주축 수비수였다. 김민재는 올 시즌 첼시로 떠난 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됐다.

쿨리발리에겐 특별한 골이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뛴 경험도 있다. 그러나 처음 월드컵 무대에 섰던 2018년 러시아 대회 때 그의 가슴에는 세네갈 국기가 있었다. 쿨리발리는 ‘아트사커’의 일원으로 월드컵 트로피에 입을 맞출 수 있다는 축구선수의 꿈보다 부모님의 나라를 선택했다.

내 선택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아프리카 챔프 자존심으로 뛸 것

쿨리발리는 세네갈 대표를 택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면서 “나는 세네갈의 부모에게서 프랑스에서 태어난 흑인 선수이자, 이슬람교도다. 나를 구성하는 많은 것 중에 ‘세네갈 축구’도 있다”며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세네갈이 8강에 올랐던 2002년의 기억도 현재의 나를 만든 중요한 부분”이라며 “당시 세네갈 대표팀은 내게 우승팀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마침 현지시간으로 이날은 2020년 11월29일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2002년 8강 멤버 미드필더 파프 디오프의 2주기였다. ‘주장’ 쿨리발리는 자신의 왼팔에 디오프의 등번호 19번을 직접 적은 듯한 완장을 차고 뛰었다. 쿨리발리는 “디오프와 시세 등 우리 앞세대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룬 성과를 우리 세대에서 또 이뤄내고 싶다. 아프리카 챔피언의 자존심을 걸고 16강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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