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힘’ 선불교의 직관력과 초심

최민영 기자

애플사(社)의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를 여느 성공한 기업인과 구분짓는 것은 불교와 예술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다. 서양철학이 아닌 동양의 선(禪)불교를 통해 세상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갖췄고, 음악과 서체를 깊이 이해하며 테크놀로지와 융합시켰다. 이 같은 힘은 1960년대 히피 시절부터 자유와 삶의 의미를 추구한 그의 인생경험에서 우러난 것으로 보인다.

잡스가 강조한 ‘집중’(focus)과 ‘단순’(simplicity)은 명백히 선불교의 영향이다. 곧 발간예정인 포브스의 그래픽소설 <스티브 잡스의 선(禪)>에는 1986년 그가 애플사 최고경영자에서 해임된 뒤 캘리포니아의 선 수련원에서 친구이자 멘토인 일본인 선승 고분 지노 아토가와를 만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이곳에서 걸으며 명상하는 경행(經行)과 본질을 찾는 수련법을 배웠다. 미국 불교협회의 개리 리는 “잡스의 과거 행적과 연설을 보면 그가 불교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고 abc방송에 6일 말했다.

특히 잡스는 불교에서 강조하는 ‘초심(初心)’의 가르침을 따랐다. 재계 컨설턴트 제프 양은 6일 월스트리트저널 블로그에 “잡스는 기존의 지식과 해법에서 벗어난 불교의 초심에 푹 빠져 있었다”면서 “불교의 핵심가치인 단순함과 집중의 필요성을 직원들에게 요구하고 직접 실행하는 사람이었다”고 적었다. 초심을 수련했기에 하나의 성공에 안주하는 법이 없었다.

잡스가 서예를 사랑한 것 역시 초심을 단련하기에 적합한 예술장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덧붙이기보다는 새롭게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서예는) 아름답고 역사적이며 과학이 포착해낼 수 없는 예술적인 미묘함이 있다. 그것을 발견해내는 것은 흥미진진하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잡스가 자신의 직관에 의존해 신제품을 선보인 것도 불교의 영향일 수 있다. 그는 자질구레한 시장조사를 믿지 않았다. 대신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묻고 그것을 제공할 시점이 되면, 이미 소비자들은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원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소비자들의 필요를 좇아가기보다는 한발 앞서가라는 말이다.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은 미국의 1960년대를 풍미한 히피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시작됐다. 히피문화를 주도했던 간행물인 ‘홀 어스 카탈로그’는 그에게 성서와 같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연설로 알려진 “늘 배고프게, 늘 바보같이(stay hungry, stay foolish)”도 여기에서 나온 글귀를 인용한 것이다.

1973년 대학친구와 인도를 여행했고, 귀국 당시에는 삭발한 인도 수도승 차림이었다. 이 같은 삶의 태도는 평생 이어졌다. 십년 가까이 검정 터틀넥과 청바지만 고수했고 자택의 세간살이는 “아인슈타인의 그림 한 점과 램프, 의자 하나와 침대 하나가 전부”(존 스컬리 전 펩시 회장)였던 점은 이를 보여준다.

그는 이 시절부터 음악을 사랑했다.

가장 좋아했던 아티스트는 비틀스와 밥 딜런이었다. 미국의 반전가수 조안 바에즈와 잠깐 데이트를 하기도 했으며, 이는 바에즈가 딜런의 전 여자친구였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호사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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