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항 크레인 투입해 철거 본격화…“이민자 진짜 얼굴” 드러낸 교량 사고

최서은 기자
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에 충돌해 붕괴를 일으킨 달리 화물선의 조감도. 메릴랜드주 제공|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에 충돌해 붕괴를 일으킨 달리 화물선의 조감도. 메릴랜드주 제공|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컨테이너선 충돌로 붕괴된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의 잔해를 철거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 착수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동부 해안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형 크레인을 실은 바지선이 볼티모어항으로 향하고 있다. 해당 장비는 최대 1000t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크레인 데릭 바지선, 최대 400t 작업 능력을 가진 회전 크레인 바지선으로 알려졌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교량 철거 작업 절차에 대한 단계별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크레인을 이용해 붕괴한 다리 잔해와 선박을 철거하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 4명의 시신을 수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조당국은 전날 교량 붕괴로 인한 실종자 6명 중 2명의 시신을 인양했다. 수색 작업을 하던 잠수부가 교량 중간 부분에 있던 픽업트럭 안에서 이들 실종자를 발견됐다. 구조당국은 나머지 실종자들의 시신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붕괴된 교량 잔해를 먼저 치워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릴랜드주는 철거 및 재건 작업에 필요한 긴급자금 6000억달러(약 810억원)를 연방 정부에 요청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승인했다. 메릴랜드주는 이번 사고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 약 8000명에게 경제적 지원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항구 운영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지역 주민들의 생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잔해 철거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5월쯤부터 항구 운영이 재개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다만 교량 복원에는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원인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위원회가 사고 선박의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선박 조종사는 충돌 전 예인선에 도움을 요청하고 정전을 신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사고가 발생한 볼티모어와 메릴랜드주에서는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무어 주지사는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스페인어로 “우리는 지금 그리고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있다”고 위로를 전했다. 볼티모어시는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유가족들을 돕기 위한 기부금을 모금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미국에 있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처한 비극적 현실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들 모두가 중남미 지역 출신 이주 노동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미국인들이 일하기 꺼리는 심야 시간에 적은 임금을 받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있었다. CNN은 이를 두고 “이번 사고로 인해 이민자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민 정책이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정치인들은 이민자들을 향해 “침략” “테러리스트” “피를 오염시킨다” 등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볼티모어 붕괴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밤새도록 묵묵히 일하며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건설 노동자들이었다. 이번에 희생된 노동자 중 한 명은 엘살바도르 출신의 세 아이 아버지로, 메릴랜드에서 19년 동안 살며 가족을 부양하고 있었다. 또 다른 온두라스 출신의 노동자 역시 두 명의 자녀를 키우며 18년간 미국에서 살아왔다.

공화당 일각에서 ‘악마화’시키는 이미지와는 달리, 이민자들은 최저 임금 이하의 적은 돈을 받으며 힘들지만 나라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꼭 필요한 노동을 하며 미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임시 일자리의 불안과 불법 이민자 단속의 위협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면서 “이들이 추방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경멸적 시선도 참아야 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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