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불복종 운동 동참한 의사들 ‘코로나 SOS’…“미얀마 군부, 산소 공급 막고 병상 독차지”

김윤나영 기자
군부 쿠데타 이후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미얀마에서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숨을 쉴 수 없다”면서 산소와 병상을 독차지한 군부를 비판하는 만평을 올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군부 쿠데타 이후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미얀마에서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숨을 쉴 수 없다”면서 산소와 병상을 독차지한 군부를 비판하는 만평을 올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확진자 수천명씩 급증하는데
민간인 중환자 입원 거부 등
보건의료 체계 망가져 혼란

의료진 ‘수배령’ 신변 위협에
보호장구·마스크도 부족해

미얀마 의사 소 모 아웅(가명)은 남부 도시 바고에서 매일 코로나19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그는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동참한 의사다. 지난 2월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기 위해 파업한 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의료 자원봉사를 하며 주로 병원 입원을 거부당한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의 집에 무료 왕진을 다닌다. 그는 2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보건의료 체계가 완전히 망가졌다”면서 “군부가 산소와 병상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구 5500만명인 미얀마에는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수백명대에서 이달 들어 5000명대로 늘었다. 지난 14일엔 708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망자도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화장터에 줄 지은 관들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관이 동나자 담요나 매트에 둘둘 말려 대기 중인 시신도 있었다.

미얀마는 산소통, 병상, 의사 부족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소 모 아웅은 노인 코로나19 환자 상당수가 위독하지만, 구호품 부족으로 의료진이 해줄 수 있는 처치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산소통이 40개씩 부족하다고 했다.

■ “군부가 산소 공급·입원 막아”

서부 친주에서 자원봉사 중인 미얀마 의사 와이 얀 툰(가명)도 이날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매일 긴급하게 산소가 필요한데, 군부가 산소 공급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군 내부에도 코로나19가 퍼져 군 가족들을 위한 산소를 먼저 확보하려고 시민들에게 가야 할 산소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그가 사는 지역에서는 코로나19 검사조차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달에야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본격 시작했다. 한 달간 326명을 검사했는데 양성환자가 70명 나왔다. 검사 대비 양성률이 21%에 달했다. 한국의 양성률 4~5%보다 4배 이상 많다. 그가 돌본 환자 3명은 사망했다.

민간인 사망자들은 병원 문턱조차 넘어보지 못했다. 와이 얀 툰은 “군 병원과 민간 병원 모두 민간인 중증 코로나19 환자 입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인 환자를 받을 병상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소 모 아웅도 “코로나19 센터는 고위 군 장교들과 그들의 가족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군부가 지난주부터 개인에게 산소를 팔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암시장에서는 산소 가격이 치솟았다. 40ℓ짜리 산소 실린더 가격이 23만짯(16만원)에서 35만짯(25만원)까지 올랐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전했다. 미얀마 노동자 평균 월급과 비슷한 돈이다.

지난 12일엔 양곤의 산소 공장 앞에 줄 서 있던 시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군이 공중에 총을 쏘는 일도 있었다고 현지 매체 미지마 뉴스가 전했다. 그러나 쿠데타로 집권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14일 국영 TV 연설에서 “악의적인 정치 세력들이 군부가 산소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는 가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일축했다.

■ 의료진, 감염 위험에 체포령까지

의료진은 신변도 위협받고 있다. 쿠데타 이후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의료진 최소 157명이 체포됐고 수백명에게 수배령이 떨어졌다.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와이 얀 툰은 “우리는 밤에도 군부의 감시망을 피해 숨어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감염 위험에도 무방비 상태다. 개인보호장구와 N95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하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특별보고관은 지난 7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미얀마의 코로나19와 쿠데타를 ‘퍼펙트 스톰’(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으로 규정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군부 대신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미얀마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도 코로나19 긴급 구호 물품을 국민통합정부(NUG)와 소수민족 반군이 통제하는 국경 지역을 통해서 보내자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쿠데타 직전인 지난 1월 미얀마 정부에 코로나19 특별융자 3억5650만달러(약 4104억원)를 제공했으나, 군부는 대출금을 어디에 쓰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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