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상 최대 부동산 호황 막 내린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당국 대출 규제 나서자 헝다 등 10대 기업 매출 44% 감소

화양녠 등 개발업체들 유동성 위기에 연쇄 파산 가능성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호황이 막을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헝다그룹 외에도 여러 부동산 기업이 연쇄 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들의 전체 부채가 5조달러를 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일본 노무라홀딩스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갖고 있는 전체 부채가 5조2000억달러(약 623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는 5년 전인 2016년 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지난해 전체 경제 생산량보다 많은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역사상 가장 큰 부동산 시장 호황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헝다그룹을 비롯한 여러 부동산 업체가 자금난에 시달리며 채무불이행 위기를 겪고 있다. 모두 1조9665억위안(약 365조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헝다는 지난 11일 3건의 달러 채권 이자 1억4800만달러(약 1774억원)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달러 채권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중견 부동산 개발업체 화양녠(花樣年·판타지아)도 지난 4일 만기가 도래한 2억570만달러(약 2466억원) 규모의 달러 채권 이자를 갚지 못했다. 또 다른 부동산 기업 당대부동산(當代置業·모던랜드)은 오는 25일 만기인 2억5000만달러(약 2997억원)의 채권 상환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투자자들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장기간의 부동산 시장 호황에 힘입어 손쉽게 대규모 차입금에 의존하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대출 규제 등에 나서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대상으로 부채 한도 설정, 부채 축소 요구, 채권발행 규제 등 ‘3대 레드라인’ 규제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중국부동산정보그룹(CRIC)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총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36% 줄었다. 헝다를 비롯한 10대 개발업체 매출 감소폭은 44%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금융기관과 민간기업 간 관계를 면밀히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WSJ는 이날 보도했다.

WSJ는 이번 조사가 국유 은행이나 금융감독 당국이 민간 빅테크 기업이나 헝다그룹 같은 부동산 개발업체들과 과도하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연쇄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자 부동산 업계성수기인 지난 국경절 연휴(1∼7일) 부동산 거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감소했다고 환구시보는 이날 보도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소비 지출과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의 다른 부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몇몇 연구소와 은행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난 6일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또 중국의 2022년 성장률은 5.8%에서 5.4%로 낮췄다.

WSJ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정책 입안자와 경제학자들은 부동산 시장의 많은 부분이 투기에 의해 움직이고 호황의 결과가 개발업자들의 욕구 충족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왔다”며 중국 부동산 시장이 종전의 성장 모델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줄리언 에반스-프릿차드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구조 변화와 내부 이주 추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은 새로운 도시 주택 수요가 감소하는 전환기에 접어들 것”이라며 “개발업체들은 줄어든 파이를 놓고 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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