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밀착’ 리투아니아에 경제보복 표면화…WTO 제소에도 소고기 등 수입중단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지난해 11월 개설된 ‘대만 대표처’ 현판 앞에서 대표처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지난해 11월 개설된 ‘대만 대표처’ 현판 앞에서 대표처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이 대만과 관계를 강화하며 반중 행보를 보인 리투아니아에 대해 소고기 등의 수입을 금지하며 ‘경제 보복’을 표면화했다. 유럽연합(EU)이 리투아니아에 대한 경제 보복을 이유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황이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수입식품안전국은 지난 10일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리투아니아산 소고기의 수입 신청 접수를 ‘잠시 중단’ 했다고 밝혔다. 해관은 구체적인 수입 중단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리투아니아가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처’ 설치를 허용한 이후 경제적 보복을 예고하며 비공식적 제재 조치를 가해왔다. 리투아니아는 대만 대표처 설치 후 중국 당국이 세관 수입국 목록에서 자국을 삭제하고 모든 상품에 대한 통관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중국은 “리투아니아가 경제적 강압에 대한 증거를 조작하고 있다”면서 공식적으로는 수입 제한 조치를 부인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리투아니아산 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공식화한 것이다. 중국은 이번에 소고기뿐 아니라 리투아니아산 유제품과 맥주에 대해서도 수입을 금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해관총서가 리투아니아에 보낸 문서를 인용해 중국이 리투아니아 측의 수출 관련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지난 9일부터 소고기와 유제품 수입 신청 접수를 중단했으며, 맥주에 대해서도 생산일과 유통기한 변조를 이유로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리투아니아 측은 “정기적으로 중국 당국이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했다”며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중국의 수입 제한 조치는 리투아니아와의 무역 갈등을 둘러싼 중국과 EU간 협상을 앞두고 나왔다. EU는 리투아니아에 대한 경제 보복을 이유로 지난달 27일 중국을 WTO에 제소하고 중국 측에 관련 협의를 요구했다. WTO 규정에 따라 양측은 최장 60일간의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양측이 협의에 실패하면 WTO가 공식적인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가게 되는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리투아니아 갈등은 리투아니아의 반중 행보에서 비롯됐다.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중국과 중·동유럽국가간 ‘17+1’ 경제협력체에서 탈퇴하고 대만과 밀착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리투아니아가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대만 대표처 설치를 허용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대만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움에 따라 재외 공관에 ‘대만’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고 대신 ‘타이베이 대표부’나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리투아니아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1%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소고기 수입 중단 배경을 묻는 질문에 해관 당국에 문의하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대신 “리투아니아는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올바른 길로 돌아와야 한다”며 “악의적으로 선전하고 다른 나라를 끌어들여 중국과 대립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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