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부른 나비효과…잠재웠던 북아일랜드 갈등 분출

윤기은 기자

민족주의·연방주의 충돌

양측 일주일째 폭력시위

경제불황 등도 원인으로

‘벨파스트 평화협정’으로 23년간 유지된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평화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다시 위기에 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벨파스트 평화협정 체결 23주년을 하루 앞둔 9일(현지시간)까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캐릭퍼거스, 발리메나 등 일부 도시에서 북아일랜드가 영국령에 계속 속하길 바라는 연방주의자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는 민족주의자의 폭력 시위가 8일째 지속됐다고 보도했다. 폭력 사태가 가장 심했던 지난 8일 일부 민족주의자와 연방주의자는 경찰을 향해 벽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경찰은 전날에는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세워진 벨파스트 ‘평화의 벽’ 근처에서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플라스틱 탄환 6발을 쐈다. 북아일랜드 경찰은 9일까지 경찰관 8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번 폭력 사태는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연방주의자들의 우려에서 시작됐다. 영국 정부는 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사이에 있는 북아일랜드를 EU 단일시장에 남기는 조건으로 EU와 브렉시트 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를 넘나드는 화물은 모두 통관 및 검역 절차를 밟게 됐으며,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향하는 화물 배송이 지연돼 물류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이 북아일랜드를 EU 단일시장에 남기기로 결정한 이유는 ‘벨파스트 평화협정’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한 1937년 이후 연방주의자(신교)와 민족주의자(구교) 간 극심한 충돌이 지속됐다. 영국 정부와 아일랜드 정부, 북아일랜드 신·구교 정파는 5년간의 협상 끝에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는 구교 세력이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포기하는 대신 자치정부를 세움과 동시에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뿌리 깊은 민족적 앙금을 다시 건드렸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불황과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불만이 가득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민족주의 진영과 연방주의 진영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AP통신은 “많은 10대를 비롯해 12세 아동까지 이번 시위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사태와 연관된 북아일랜드, 영국, 아일랜드 정상은 수습에 나섰다. 가디언은 북아일랜드 지도부가 지난 9일 벨파스트에서 북아일랜드의 5개 당과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도 7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전화하면서 “폭력이 아닌 대화와 벨파스트 평화협정에 기반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고 아이리시타임스가 보도했다. 시위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후 잠시 잠잠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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