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저항에 부딪힌 러시아군, 주요 도시 초토화 나서나

정원식 기자

하르키우 아파트 지구에 포격 등 민간인까지 무차별 공격

지상군 64km 줄지어 이동…키예프 중심 25km까지 접근

<b>러시아군 수송 행렬</b> 미국 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64㎞에 이르는 러시아 지상군 수송 행렬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북서쪽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 수송 행렬 미국 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64㎞에 이르는 러시아 지상군 수송 행렬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북서쪽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에 러시아가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으로 태세를 전환하면서 사상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인 1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에서는 날이 밝자마자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습이 시작됐다. UNN통신 등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쯤 북동부 하르키우주의 주도인 하르키우에서 주정부청사가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정부청사가 로켓에 맞아 청사 건물과 청사 앞 도로가 거대한 폭발과 연기에 휩싸였다.

하르키우는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도 민간인 거주 구역이 러시아군의 로켓포 공격을 받아 적어도 9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고층 아파트 지구에 떨어진 포격으로 시내 곳곳에서 섬광과 폭발이 일어나는 동영상이 공유됐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통금이 풀려 사람들이 약국이나 식료품점에 가는 낮시간에 공격이 이뤄졌다”면서 “이건 전쟁범죄”라고 비난했다. 로켓포 공격은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러시아군의 하르키우 진입이 좌절된 이후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면서 주요 도시 장악이 늦어지자 민간인 희생도 개의치 않는 무차별 포격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키예프에서도 같은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본다”면서 “러시아의 느린 진격에 대한 좌절감이 강력한 폭격과 미사일 공격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습, 장거리 미사일, 대포 등을 동원해 무차별 폭격을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1999년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폭격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대통령 직무대행 시절 체첸전쟁을 치르면서 수도 그로즈니를 무차별 폭격해 폐허로 만든 바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군사 분석가 헨리 보이드는 “러시아군이 초반에 강점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통하는 전략을 쓸 게 분명하다”면서 “그것은 바로 초토화 전술”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키예프 쪽으로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는 전날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40마일(약 64㎞)에 이르는 러시아 지상군의 수송 행렬이 키예프 북서쪽 도로를 따라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갑차·탱크·대포·지원차량 등으로 구성된 수송 행렬은 전날에는 17마일(약 27.3㎞) 길이였으나 하루 만에 두 배가량 늘어났다. 러시아군은 키예프 중심부에서 25㎞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국제법(제네바 협약)으로 금지된 진공폭탄과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진공폭탄은 주변 산소를 빨아들이면서 고온의 폭발을 일으키는 무기로, 사람들의 폐를 손상시키는 대량살상무기다. 국제앰네스티는 러시아군이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접경지역에서 유치원과 민간인 대피 시설을 집속탄으로 공격해 어린이 1명 등 3명이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