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헤르손 장악, 우크라에는 뼈아픈 손실

박효재 기자

인구 30만의 크지 않은 도시지만

친러 반군 세력 연결 통로 가능성

주요 수원지의 통제권도 넘어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이 3일(현지시간) 주요 도시 중 처음으로 러시아군에 장악됐다. 헤르손은 인구 30만명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주요 수원 통제 지역인 데다 친러 반군세력 간 연결 통로가 될 수 있다.

헤르손 시당국은 이날 러시아군이 시의회 건물로 진입하고 주민들에게 통금령을 내렸다면서 사실상 러시아군 점령을 인정했다. 러시아군은 전날 밤 헤르손에 진입해 검문소를 설치하고 기차역, 항구, 관공서를 장악했다.

러시아군의 헤르손 장악을 두고, 알자지라는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뼈아픈 패배로 “이번 전쟁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러시아군은 헤르손 장악으로 친러 반군세력 집결이 한결 수월하게 됐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중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가장 가깝다. 러시아군이 남동부의 다른 항구도시 마리우폴까지 장악하면 친러 반군세력 집결지인 동부 돈바스와 연결된다.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 분리돼 있던 친러 반군세력이 한곳에 모여 지원사격에 나서게 돼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러시아군이 아조프해에 면한 마리우폴까지 장악하게 되면 우크라이나군으로선 흑해를 통한 남동부 해상 보급선이 끊기게 된다. 헤르손에서 서쪽으로 약 150㎞ 떨어진 남서부 항구도시 오데사까지 러시아군에 넘어간다면 흑해 전체가 봉쇄돼 사실상 해상 보급이 불가능해진다.

러시아군은 헤르손 장악으로 주요 수원지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드니프로강과 흑해를 잇는 헤르손은 러시아에 병합되기 전 크름반도로 담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4년 러시아로 병합된 크름반도를 고립시키기 위해 헤르손에 댐을 지어 북크름 운하를 막았다. 이 조치로 담수가 85%까지 줄어들어 주민들이 극심한 물부족을 겪었다고 BBC는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헤르손 진입 첫날 이 댐을 파괴한 것으로 전해진다.

헤르손 장악 이후 러시아군은 남동부 항구도시들을 중심으로 무차별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마리우폴의 민간인 지역과 인프라 시설에 공습이 집중됐다. 헤르손 인근 소도시 베르단스크와 멜리토폴은 러시아군에 넘어갔다.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지아 원전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다. 방사능 확산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는 이날도 민간 지역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공습이 이어졌다. 지난 24시간 동안 민간인 34명이 숨지고 285명이 다쳤다.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쪽 체르니히우에서는 전날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최소 22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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