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수습 갈림길 우크라, 러와 ‘중립국화’ 논의…각론선 이견

이종섭 기자

양국 사흘째 4차 협상 이어가

젤렌스키 “나토 가입 힘들어”

러 외무장관 “타협 희망 있다”

중립국화 방식선 큰 입장차

전장의 수도 키이우 찾은 폴란드·슬로베니아·체코 총리 러시아군의 총공세가 임박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15일(현지시간) 방문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왼쪽에서 네번째), 야네스 얀샤 슬로베니아 총리(왼쪽에서 세번째),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앞쪽)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들 세 나라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기도 하다. 러시아 침공 이후 서방국가의 정상급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이우 | EPA연합뉴스

전장의 수도 키이우 찾은 폴란드·슬로베니아·체코 총리 러시아군의 총공세가 임박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15일(현지시간) 방문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왼쪽에서 네번째), 야네스 얀샤 슬로베니아 총리(왼쪽에서 세번째),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앞쪽)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들 세 나라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기도 하다. 러시아 침공 이후 서방국가의 정상급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이우 |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협상이 현실성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타협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4차 평화협상을 진행 중인 양측에서 타협 가능성을 모색 중이라는 신호가 나오면서 이번 전쟁이 수습과 확전을 가르는 갈림길에 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화상 연설에서 “평화협상이 이미 보다 현실성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위한 결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전날 16일에도 4차 협상이 이어진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매우 어렵고 끈질긴 협상 과정이며 근본적 모순이 있지만 확실히 타협의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호르 조브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러시아 측이 더는 항복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지난 14일 “1~2주 이내에 모든 것에 대한 합의가 아주 빨리 타결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측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RBC 인터뷰에서 “현재 협상자들이 명백한 이유로 협상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타협할 수 있는 확실한 희망은 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안보보장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문구들이 있으며 내가 보기에는 양측이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 대표단은 지난달 28일, 지난 3일과 7일 세 차례 협상에 나섰으나 인도주의 통로를 통한 민간인 대피 합의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서의 철군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미가입 명문화, 크름반도의 러시아 영토 인정, 친러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요구가 사실상 항복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반발했으나 나토 가입을 두고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이미 우리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것은 사실이고 우리도 이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 조약에 따르면 영토분쟁 중인 국가는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없다. AP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몇주간 중립국 선언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크름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단시일 내에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립국 지위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러시아는 이날 오스트리아 또는 스웨덴 같은 비무장 중립국화를 제안했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는 “중립국화 모델은 오직 우크라이나식이 되어야 한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중도 미지수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서로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 모색을 위한 진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러시아군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수도 키이우에서는 전날 16층짜리 아파트가 폭격을 받아 주민 2명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이날도 12층짜리 아파트가 포격으로 불길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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