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된 우크라이나 환경 오염 심각···강물 속 오염물질 163배 치솟아

노정연 기자
포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우크라이나 아조우스탈 제철소. 로이터연합뉴스

포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우크라이나 아조우스탈 제철소.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현지 환경이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침공 과정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수십 년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주변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복수의 환경·보건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의 공격 이후 우크라이나의 공기와 수질, 토양이 크게 오염됐으며 이로 인해 아동들의 발달 지연, 암과 호흡기 질환 등의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환경 오염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화학 공장과 댐, 정유 시설 등 수천 곳이 파괴되며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와 중금속, 먼지를 포함한 오염 물질이 배출된 탓이다.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이를 정화하는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오염 상태를 조사 중인 우크라이나 환경단체 ‘에코액션’에 따르면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에서 등 격전이 벌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오염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 리비우의 동쪽 테르노필 지역에서는 지난 4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비료 저장고가 파괴된 뒤 인근 강물의 암모니아와 질산염 농도가 정상치보다 각각 163배, 50배 높게 검출됐다. 비료의 주성분인 암모니아가 인근 땅과 강으로 퍼져 나가 이 지역 주민들은 당분간 어업이 금지된 상태다. 키이우를 둘러싸고 격렬한 교전이 이어진 지난달 19일 키이우의 대기 중 오염물질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의 30배 가까이 치솟았다.

폐수 문제도 심각하다. 우크라이나의 환경 피해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환경 단체 팍스(PAX)는 지난 2월 개전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의 댐을 포함한 12개 이상의 상수도 시설이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으며 이로 인해 폐수가 그대로 강으로 방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 수백 개의 저수지에는 광업 및 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약 60억t의 액체 폐기물이 저장돼 있는데 이 시설들이 파괴될 경우 독성 화학물질이 인근 땅이나 강으로 유출돼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 관리동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 관리동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최대 광공업 지역인 돈바스 지역으로 공세를 집중하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연료 저장소와 정유소를 공격 목표로 삼으며 대규모 화재와 그을름, 메탄·이산화탄소 등 유독가스 배출을 촉발시켰다. 돈바스는 대규모 석탄이 매장된 지역으로 탄광과 정유, 중화학 공업단지가 밀집해 있다.

돈바스 지역의 화학·정유 공장, 탄광 등이 파괴될 경우 납, 카드뮴과 같은 유해 중금속이 공기 중으로 퍼지거나 식수원인 지하수로 방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함께 건물 붕괴로 배출되는 석면가루는 1급 발암물질로 비에도 녹지 않고 수십 년간 부유하다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오염물질이 바람과 하류를 타고 쉽게 이동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주변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1990년대 초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군인들이 수백개의 유전을 폭격했을 당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에 달하는 탄소가 배출됐는데 몇 년 후 수백 마일 떨어진 티베트 빙하의 얼음 샘플에서 탄소가 발견된 적이 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환경 오염의 후유증은 오랜 기간 남아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팍스의 윌렘 즈바이제부르크 프로젝트 리더는 “전시 중 환경 피해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경은 다른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쟁에 따른 환경 오염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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