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104년 만에 첫 외채 디폴트…“세계 경제 파장 제한적”

박용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서방 ‘계좌 동결’ 제재가 원인
1억달러 상당의 이자 미지급
예견된 결과…“상징성 주목”

크렘린궁 대변인 ‘선언’ 거부

러시아가 10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화 표시 국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이번 채무불이행(디폴트)은 러시아의 지불 능력에 관계없이 서방의 경제 제재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나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이날까지 달러와 유로화 채권 보유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1억달러(약 1281억원)의 이자 미납금을 갚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미납금의 지급일은 당초 지난달 27일이었으며 3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으나 러시아는 디폴트를 피하지 못했다.

이번 디폴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에 가해진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직접적 원인이 됐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달러와 유로화로 이번 채무를 갚을 금액을 보냈으나, 투자자들은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로클리어는 서방 제재로 러시아 국가예탁결제원(NSD)의 유로클리어 계좌와 자산이 동결돼 러시아의 금융상품 거래 청산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외채에 대한 러시아의 디폴트는 1918년 러시아 혁명 주도 세력인 볼셰비키가 차르(황제) 체제의 부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한 이후 처음이다. ‘국가부도’ 사태로 불리는 디폴트는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러시아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서방의 제재로 국제 금융체계에서 고립됐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디폴트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행된 경제 제재가 낳은 예측 가능한 결과”라며 “러시아의 국제적인 위상과 붕괴하는 경제를 반영하며 1918년 이후 첫 외채 디폴트라는 상징성이 주목된다”고 논평했다. 블룸버그도 “이미 경제와 시장에 가해진 피해를 감안할 때 채무불이행은 상징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루블화 표시 채권에 대해 채무 지급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사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대규모 손실을 보고 파산했다. 이 기관이 해외 은행들과 거래하던 파생상품 규모만 1조2500억달러(약 1603조원)였다.하지만 지금은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제재로 상환을 할 수 없는 것인 만큼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크렘린궁은 27일 러시아는 5월 만기 채권 이자를 지급했다면서 디폴트 선언을 거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 상황을 디폴트라 부를 근거가 없다. 디폴트 관련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서방이 러시아에 디폴트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위해 인위적인 장벽을 만들었다”며 “이 상황이 우스꽝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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