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는 집이 95%…영국, 전대미문 폭염에 ‘혼란’

정원식 기자

철도 운행·항공기 운항 차질

학교 200곳 휴교·단축수업

<b>“물이라도 한잔…”</b> 사상 최악의 폭염이 닥친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18일(현지시간) 한 경찰관이 곰털 모자를 쓴  왕실 근위병에게 물을 주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물이라도 한잔…” 사상 최악의 폭염이 닥친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18일(현지시간) 한 경찰관이 곰털 모자를 쓴 왕실 근위병에게 물을 주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폭염에 익숙지 않은 영국이 40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사상 최악의 폭염 앞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영국은 지난 17일 자정(현지시간)을 기해 런던을 포함해 잉글랜드 대부분 지역에 사상 처음으로 폭염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평상시 영국은 여름에도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에 냉방 시설이 크게 부족하다. 영국 기업에너지전략부(BEIS)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컨이 있는 영국 가구는 전체의 5% 미만이다.

지하철에도 에어컨이 없는 노선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달리 폭염 대비가 안 돼 있는 영국에서 직장인 수백만명이 찜통 같은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하느냐, 집에서 더위를 버티느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영국 철도시설공단(NR)은 안전상의 이유로 철도 운행 속도를 제한했다. 노선별로 운행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전국 철도의 지연 및 취소 사례가 평소보다 2배 늘어났다고 이날 전했다.

런던 루턴 공항은 활주로 안전 문제로 2시간 동안 운항편이 중단됐다. 영국 공군도 활주로가 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부 기지에서 이착륙을 금지했다. 1887년 개통된 템스강 최초 현수교 해머스미스 다리는 폭염으로부터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주철 골조와 받침대 등에 보호막을 씌웠다.

학교 약 200곳이 일시적으로 휴교하거나 하교 시간을 앞당겼다. 영업을 중단한 술집과 식당이 속출하고 폭염 위험이 높은 지역에선 음식 배달이 중단됐다. 병원은 환자 입원 기간을 늘렸다. 런던에서는 더위를 피해 템스강에서 수영하던 14세 소년이 실종되기도 했다.

햇빛에 취약한 붉은 머리 관객들을 대상으로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는 영화관도 나왔다. 인디펜던트 등 영국 매체에 따르면 극장 체인 쇼케이스 시네마는 18~19일 이틀 동안 붉은 머리 관객에게 입장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쇼케이스 시네마 총지배인 마크 발로는 이들에게 “냉방이 잘되는 극장에서 멋진 영화를 보면서 태양을 피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영국 유전체 연구소인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는 2016년 붉은 머리와 주근깨가 있는 사람들은 피부암에 취약하기 때문에 햇빛에 오래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선풍기와 에어컨 판매는 급증했다. 영국 최대 백화점 존 루이스에 따르면 지난주 선풍기 판매는 전년 대비 250%, 에어컨 판매는 525%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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