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물가 급등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으며 끼니를 거르거나 식료품비 지출을 줄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영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 하락하며 2001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에서 물가 상승 효과를 제거해 산출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기간 상여를 제외한 평균 임금이 4.7%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이보다 빠르게 증가하며 실질임금을 끌어내렸다. 영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10.1% 상승했다.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6월 상승률 9.4%보다 더 올라갔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영국 시민들은 최근 수십 년 내 최악의 생활고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달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11.6%로 200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이는 영국 평균 가구의 식료품 구매 비용이 연 533파운드(85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늘어난 식비를 감당하기 위해 끼니를 거르거나 식료품비 지출을 줄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타임스 온라인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6%는 지난 6개월간 돈을 아끼려고 정기적으로 끼니를 건너뛰었다고 답했다. 지난 8∼9일 영국 성인 1717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0%는 외식을 줄였다고 답했고 39%는 슈퍼에서 평소에 사던 품목을 집었다가 가격이 부담돼서 도로 내려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겨울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 급등한 에너지 요금이 가계 살림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가구당 에너지 지출액은 지난 4월 전달에 비해 54% 급증한 데 이어 겨울이 시작되는 10월부터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텔레그래프는 내년 1월이 되면 전기·가스 평균 요금이 월급의 6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상여금을 제외한 월 평균 급여는 2272파운드인데 에너지 요금 상한은 내년 1월에 월 355.5파운드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컨설팅사 딜로이트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데보프라팀 데는 “저소득층 가구는 에너지 비용이 소득의 25%에 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