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푸틴 체포영장 발부…푸틴, 보란듯이 전쟁범죄 피해지역 방문

정원식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크름반도 세바스토폴 주지사 미하일 라즈보차예프(왼쪽)와 함께 세바스토폴의 어린이 미술 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크름반도 세바스토폴 주지사 미하일 라즈보차예프(왼쪽)와 함께 세바스토폴의 어린이 미술 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17일(현지시간)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실제 체포 가능성은 없으나 국제 사회에서 푸틴 대통령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푸틴 대통령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보란 듯이 전쟁범죄가 저질러진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방문했다.

ICC 전심재판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3월17일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과 마리야 리보바벨로바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리보바벨로바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 위원이다.

ICC는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24일 이후) 점령지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불법 추방하고 불법 이주시킨 전쟁범죄에 대해 책임이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리보바벨로바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과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ICC가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CC가 국가원수급을 대상으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러시아 최고 권력자인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체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는 2016년 ICC를 탈퇴했기 때문에 자국인 피의자를 체포해 ICC에 인도해야 할 법적 의무도 없다. 뿐만 아니라 ICC는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는 결석재판은 진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123개국이 가입한 ICC가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 혐의자로 공식 지목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ICC의 체포영장 발부에 “반론의 여지가 없는 도덕적 무게감이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다르푸르 학살 주범인 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 보스니아 내전 당시 학살범으로 수감된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뉘른베르크에서 전범재판을 받은 나치와 같은 등급이 됐다”고 지적했다.

123개 ICC 회원국들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혐의자를 체포해 ICC에 넘겨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방문할 수 있는 국가의 범위가 좁혀지는 등 러시아의 고립을 심화하는 실질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을 유지해온 국가들을 서방 쪽으로 돌아서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재를 뿌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은 휴전을 제안해 ‘평화의 중재자’라는 이미지를 과시할 계획이었으나 ICC의 발표로 ‘전범 혐의자’와 마주앉는 모양새가 됐다. AP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하려던 중국의 야심이 비판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ICC 체포영장 발부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체포영장 발부 다음날인 18일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 9주년을 맞아 극비리에 크름반도를 방문해 이날 문을 연 어린이 미술센터 등을 둘러봤다.

푸틴 대통령은 19일에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 위치한 군사령부를 찾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총괄 지휘하는 발레리 게라시모프 통합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이어 헬기를 타고 지난해 5월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마리우폴을 찾아 직접 차를 몰고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마리우폴은 전쟁 초기 가장 참혹한 전쟁 범죄가 저질러진 지역이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3월17일 ‘어린이들’이란 표식까지 쓰여진 민간인 대피 공간을 폭격해 600여명이 숨지는 참사를 일으켰다. 마리우폴 주민 중에는 러시아 본토로 강제이주를 당한 이들이 많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이런 장소를 전격 방문한 것은 ICC와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한 일종의 조롱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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