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공명당 과반 성공할 듯…웃지 못하는 기시다

박은하·박하얀 기자

일본 중의원 선거

<b>일본 국민의 선택은</b> 일본 중의원 선거가 열린 31일 도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국민의 선택은 일본 중의원 선거가 열린 31일 도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출구조사 239~288석 예상
야당 의석 종전보다 늘어
‘자민당 1강’ 다소 옅어져

31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안정적인 과반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평가 기회로 주목을 받았다.

다만 극우 성향 일본유신회의 약진 등으로 야당의 의석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아베 신조·스가 요시히데 정권 약 9년 동안 이어진 ‘자민당 1강’ 체제는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 연립여당 과반 확보할 듯

자민당은 일단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쳐 자체 목표 ‘마지노선’이던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NHK가 이날 오후 8시 투표가 끝난 뒤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체 의석(465석) 가운데 212~253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전 의석(276석)보다 수십석 줄어들지만 과반 의석(233석)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하면 239~288석으로 안정적 과반이 된다.

다만 일본 정치를 지배해오던 ‘자민당 1강 체제’의 색은 다소 옅어졌다. 야당 의석은 종전보다 다소 늘었다. 입헌민주당은 99~141석, 공산당은 8~14석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극우 성향 일본유신회의 약진도 예상된다. 현재 11석보다 3~4배 많은 34~47석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됐다. 야당이 선전한 데는 후보 단일화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등 중도·진보 성향 5개 당은 전국 289개 소선거구 가운데 217곳에서 단일후보를 내고 142곳에서 여야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다. 2017년 중의원 선거에서 야당 각개약진으로 자민당에 의석 3분의 2 이상을 휩쓰는 승리를 안겨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각료들은 지역구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요미우리신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 공식 서열 2위인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도 당선 불확실 명단에 포함됐다. 아마리 간사장이 낙선한다면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에 어느 정도 흠집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 심판 대 경제 회복

야당 입장에서 이번 선거 최대 이슈는 코로나19 대응이었다. 입헌민주당은 아베·스가 정권의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대답하지 않는 정권’이라고 비판하며 자민당 심판을 촉구했다. 자민당 독주 체제가 굳어지면서 아베 전 총리의 각종 스캔들과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 등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회사원 남성(39)은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대응 논란을 매듭지을 기회라고 생각하며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여동생과 단 둘이 산다는 70대 여성(79)은 “거리에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그래도 되는 건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신속한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집권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시다 총리는 경기부양과 코로나19 피해 복구를 위한 수십조엔 규모의 추가 재정지출을 약속했다. 자민당의 ‘경제’ 메시지는 유권자에게 어느정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NHK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31%가 이번 투표에서 가장 중시한 정책으로 경제·재정 정책을 들었고, 코로나19 대책(22%)이 뒤를 이었다.

■ 기시다, 최악은 피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선거에 앞서 의석 목표를 연립여당 과반 획득이라고 낮춰 제시했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는 자민당의 단독 과반 여부였다. 자민당은 민주당에서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이후 세 차례 열린 중의원 선거에서 모두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해 왔다. 기시다 총리로선 일단 연립여당 과반 확보로 최악의 결과는 피했다. 하지만 최종 개표 결과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취임 한 달 만에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의석수 감소와 당 간부들의 패배로 선거 후 정권 운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나온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밤 후지TV에 출연해 “자민·공명 승리로 귀중한 신임을 얻었다”며 “(의석 감소는)내용을 분석한 뒤 확실히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방위 및 개헌 이슈에서 향후 여야 간 대립이 불거질 수 있다. 자민당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묶어뒀던 국방비 지출을 2%까지 확대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헌법에 자위대 활동을 규정하는 개헌안도 추진 중이다. 적의 공격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명당과 일본유신회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두 당은 제3당 지위를 두고 다투고 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개헌 및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방위비 증액에 반대하는 반면 극우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는 찬성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의석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유신회가 우파 성향의 안보 공약을 추진하는 데 있어 자민당과 사안별로 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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