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계획대로 방위비 늘리면 군비지출 세계 9위→3위

박은하 기자

일 방위성 요구 예산은 5조4000억엔 이상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항목 담겨

방위비 증대애 “주변국 위협 느껴” 지적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전단이 2018년 필리핀 근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군함·항공기들과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전단이 2018년 필리핀 근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군함·항공기들과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이 집권 자민당의 목표대로 방위비를 늘릴 경우 몇 년 안에 세계 3위의 군비 지출 국가가 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방위성은 내년 방위예산으로 올해 5조4000억엔(약 52조5000억원)보다 1000억엔(약 9731억원) 더 늘어난 5조5000억엔(약 53조5000억원)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 숫자만으로도 역대 최대치다.

방위성은 예산요구안에 사정거리가 1000㎞가 넘는 장거리 미사일 1000여기를 양산해 배치하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담았으나, 필요한 액수를 제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 항목에 필요한 예산은 내년 방위예산 5조5000억엔과 별도로 편성할 방침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방위성이 항목만 적고 금액을 제시하지 않은 요구사항이 100여건 이상이어서 최종 예산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은 현재 5조4000억엔인 일본 방위예산을 향후 5년에 걸쳐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목표가 실현되면 현재 세계 9위인 일본의 군비지출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가 된다고 전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방위비 지출은 미국(8010억달러)이 가장 많고, 이어 중국(2930억달러), 인도(766억달러), 영국(684억달러) 순이다. 일본은 지난해 환율 기준 541억달러다.

일본은 헌법9조(평화헌법)에 따라 군비 증강에 소극적이었다. 방위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오랫동안 묶여 있었다. 2012년 2차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에도 방위비는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위협,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등으로 인해 방위비 증대 지지 여론이 조성됐다. 지지통신의 지난 6월 설문조사에서 방위비를 GDP 대비 1% 넘게 인상하는 안을 지지하는 여론이 59.7%를 기록한 것이 단적이다.

일본은 군사 강국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은행 데이터를 인용해 일본 주변의 러시아, 중국, 북한은 모두 핵을 갖고 있거나 개발 중이며 총 550만명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 자위대 병력은 23만1000명이라고 전했다. 최근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하면서 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것도 불안감을 부추겼다.

일본 정부가 방위비를 대폭 증액할 방침을 밝혔지만 병력과 비품 부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해상자위대 장교 출신인 이토 도시유키 가나자와공대 교수는 “일본 자위대 인원은 방위비 예산요구안이 상정한 것보다 1만6000명 적다”며 예산을 군함 도입 대신 장교 처우개선과 화이트 해커 등 정보인력 확충 등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대졸 후 임관한 일본 자위대 장교 초임은 연 360만엔(약 3500만원)이며 40세가 되면 600만엔(약 5800만원)까지 오른다. 미군 장교의 경우 임관 4년 만에 6만2000달러(약 8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방위비 증액이 경제에 미칠 부담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의 국가 부채가 6월 말 기준 1255조엔(약 1경2290조원)을 넘어서면서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막대한 부채로 일각에서는 방위비 증액을 주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자민당 내 강경파 사이에서 앞으로 방위비 증액을 두고 정치적 내홍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위력 강화가 주변국을 설득하는 외교 정책과 결합하지 않으면 일본 정부가 기대하는 안보 강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오키 나오코 메릴랜드 국제안보연구센터(CISSM) 연구원은 “일본은 방위비 증액만으로 자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방위력 강화는 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들에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동일한 대응으로 이어져 모두가 지금보다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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