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흔드는…튀르키예 ‘민심 강진’

김서영 기자

늑장 구조에 변명 일관…축구장서 “정권 퇴진” 함성도

에르도안 “용서를 구한다” 사과 불구 대선·총선 비상

튀르키예 축구팬들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베식타스와 안탈리아스포르 간 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향해 인형을 던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튀르키예 축구팬들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베식타스와 안탈리아스포르 간 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향해 인형을 던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한 축구장에서 열린 프로축구팀 베식타스와 안탈리아스포르 간 경기는 시작 4분17초 만에 잠시 중단됐다. 곧이어 약 4만명이 들어찬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로 수많은 인형이 날아들었다. 지난 6일 오전 4시17분 규모 7.8 강진이 일어나 5만명 이상이 숨진 것을 추모하고, 생존 아동들에게 인형을 기부하는 이벤트였다. 관중석에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전날 페네르바체와 코니아스포르의 경기에서도 축구팬들은 “20년의 거짓말과 속임수, 사퇴하라”고 외쳤다. 이스탄불 시내에서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려 경찰이 시위대 수십명을 구금하고 강제로 해산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강진 발생 3주가 지난 튀르키예에서 현 정권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BBC 등이 전했다.

분노의 핵심은 “왜 제때 구조하러 오지 않았느냐”로 요약된다. 지난 6일 지진 발생 당일뿐 아니라 그 이후 발생한 수많은 여진에 정부가 적절히 대응했는지 묻는 것이다. 튀르키예 정부가 부실 건물을 지은 건설업자 등을 구속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난 피해 지역을 순회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이 27일(현지시간) 지진 피해 지역인 아디야만을 방문해 어린아이와 손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이 27일(현지시간) 지진 피해 지역인 아디야만을 방문해 어린아이와 손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르도안 대통령은 27일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남동부 아디야만을 방문해 이재민 아동들에게 성금을 직접 나눠주고, 지진 발생 “처음 며칠 동안”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아디야만에서 불행히도 지진의 파괴적 영향, 불리한 기상조건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우리가 원하는 효율로 (구조 및 수색) 작업을 실시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모든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도 의심해선 안 된다”며 “이처럼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재난에서 우리만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주민들에게 현찰을 직접 나눠주는 영상이 올라오자 온라인에서는 “수치스럽다”는 반응이 퍼졌다. BBC에 따르면 현장에서 주민들은 “지진 이튿날 오후 2시까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정부도 국가도 경찰도 군인도 없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를 혼자 남겨뒀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항의했다.

정부 부패로 인한 부실한 건축 관행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 또한 오는 5월 대선과 총선을 앞둔 현 정권에는 큰 부담이다. 토건 사업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속한 정의개발당(AKP)의 지지 기반이다.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가 내준 주택 허가 건수가 3배 뛰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또한 2019년 3월 에르도안 정부는 지방선거를 몇달 앞두고 전문가와 건축가의 경고를 무시한 채 불법 건축에 대한 전국적인 사면을 시행했다. 블룸버그는 “에르도안 정권에 대한 대중의 이례적 항의는 정의개발당 집권 30년을 꾀하는 이번 선거에 대한 전망을 흐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튀르키예 강진에 따른 물리적 피해가 약 342억달러(약 45조1600억원)에 달한다고 세계은행이 27일 밝혔다. 이는 튀르키예 2021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달하는 수준이다. 튀르키예의 2023년 GDP 성장률 역시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은 “재건에 필요한 비용은 물리적 피해 액수의 2~3배에 달할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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