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건강 챙기기’에…아프리카 당나귀 씨가 마른다

김상범 기자
나이지리아 농촌의 당나귀|트위터@Tearfund

나이지리아 농촌의 당나귀|트위터@Tearfund

중국인들의 ‘당나귀 사랑’ 때문에 바다 건너 아프리카 국가들이 당나귀 품귀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아프리카 니제르와 부르키나파소 정부가 당나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당나귀 수출·도살 금지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의 당나귀 사랑은 유별나다. 당나귀가죽을 고아서 만든 아교는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의 주성분으로 쓰이며, 인삼·녹용 같은 고급 한방재와 같은 지위를 누린다. ‘하늘에는 용고기, 땅에는 당나귀고기’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당나귀고기는 보양식으로 인기가 좋다. 뼈, 내장 하나 버릴 것 없이 귀한 식재료 대접을 받는다. 동북부 허베이성에는 당나귀고기로 만든 ‘당나귀 햄버거’라는 별미가 유명하다.

중국에서 당나귀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축이었지만, 농촌 현대화로 방앗간을 돌리거나 운송용으로 쓰이던 당나귀가 줄어들게 됐다. 지난 1월 중국 국가축산통계연보에 따르면 1990년대 1100만마리에 달하던 당나귀는 최근 600만마리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이 늘면서 당나귀 아교나 당나귀유를 사용한 건강제품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가짜 당나귀 아교를 사용한 제품들이 시중에 풀리자 일부 축산업체는 당나귀 DNA 인증제까지 실시하고 있다.

안정적인 당나귀 공급처를 찾던 무역업자들은 아프리카로 눈을 돌렸다. 아직까지도 아프리카에서는 당나귀가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탈것이나 운송수단으로 널리 쓰인다. 나이지리아와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당나귀 수출 대열에 뛰어들었다. 2014년 케냐 정부는 아프리카 최초로 당나귀 도축장의 정식 허가를 내줬다. 니제르는 지난해 당나귀 2만7000마리를 수출한 데 이어 올해에는 3배 늘어난 8만마리를 수출했다.

문제는 이에 따라 당나귀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이 당나귀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니제르에서는 몇년 전만 해도 30달러 정도 하던 당나귀 가격이 145달러까지 뛰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당나귀가죽 가격은 10배 이상 올랐다. 지난달 AFP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의 한 농촌에서는 당나귀 도축장 때문에 강물이 오염돼 작물을 기를 수 없게 된 농민들이 도축장을 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BBC는 “이들 국가의 수출 금지령은 농업의 동력이자 주요 교통수단인 당나귀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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