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한 실무진들의 섬세함은 ‘회담 테이블’에서도 빛이 났다. 싱가포르 대법원에서 쓰이던 유서깊은 나무 탁자가 특별 공수돼 양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에 깊이를 더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오전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단독회담을 마친 후 곧바로 참모진과 합류해 널찍한 목재 탁자 주변에 둘러앉았다. 짙은 갈색의 고풍스런 직사각형 탁자는 두 정상과 참모진들이 충분히 둘러앉을 수 있을 만큼 널찍했다. 현지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이날 확대회담에 쓰인 테이블이 싱가포르 대법원에서 사용된 80년 된 탁자라고 보도했다.
현지 장인이 제작한 이 탁자는 대법원이 문을 연 1939년 이후 줄곧 대법원장실에 놓여 있었다. 이 대법원장실에서 1963년 영국 식민지 시절의 앨런 로스 법원장이 최초의 아시아계 대법원장인 위종진(黃宗仁)에게 업무를 인계하는 등, 탁자는 싱가포르 법원 역사의 ‘산 증인’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2005년 대법원이 신청사로 옮겨가고 옛 건물이 국립미술관으로 용도가 바뀐 뒤에도 탁자는 3층 대법원장실에 보관돼 왔다.
탁자는 티크 원목 재질이며 길이는 4.3m다. 현지 미국 대사관은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감안해 국립미술관에서 이 탁자를 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스 탄 티옹 히 싱가포르 문화유산협회 명예비서는 “싱가포르 역사의 가장 중요하고 최종적인 순간이 이 테이블에서 마무리돼 왔다”며 “그동안 길게 끌어왔던 남북 간 대치상태 또한 이 테이블에서 끝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