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모두 동맹이자 친구” 아직은 ‘관망’만 하는 미국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IT업계 차질 땐 중재할 듯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미국은 ‘불개입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주권국가 간의 갈등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만 핵심 동맹국들인 한·일 간 갈등이 미국 경제나 북핵 협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해진다면 미국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일 갈등이 수사적 대결을 넘어 경제 보복으로까지 확전되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는 신중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무부는 한·일 갈등에 대한 입장 문의에 “한·일 양국 모두 동맹이자 친구”라는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한·일 갈등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미국의 불개입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국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 다른 나라의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미 갈등에는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 양국의 과거사 문제가 얽혀 있고, 양국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미국도 중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일 모두와 긴밀한 동맹인데 자칫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전술을 베껴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의 자제를 요구할 명분도 없는 상황이다.

과거 미국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가 중재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한·일 갈등이 고조됐던 2014년 4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는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라고 일본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한국에는 일본과 대화하라고 권고했던 모습과는 대조된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면서 전통적으로 한·일 갈등이 심화할 때 개입했으나 트럼프 정부에서는 역할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일 갈등이 미국의 국익에 영향을 줄 정도로 고조된다면 트럼프 정부의 대응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되면 미국의 국익에도 해가 될 수 있다. 애플, 퀄컴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공급망이 차질을 빚으면 제품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7일(현지시간) “한·일 반도체 무역분쟁이 미국 경제에 영향을 준다거나, 양국 관계 악화가 중국에 대한 공동 전선이나 북핵 문제 대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미국도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해리슨 튤립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