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이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역대 최악의 산불이 휩쓴 미국 서부부터 남미 아마존, 호주, 인도네시아, 심지어 시베리아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바싹 말라붙은 산에서 작은 불씨만 남아 있어도 다시 살아나는 ‘좀비 파이어’가 수개월간 지속되고 있다. 쉽사리 잡히지 않는 초대형 산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들어 8천100여 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소방관들은 지금도 25건의 대형 산불과 싸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워싱턴주 등 서부에서 올 7월 말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산불은 우리나라의 20%에 해당하는 면적을 태우고 아직도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9개월간 이어진 호주 남동부 산불은 최근 10년간 발생한 전 세계 산불 중 최악이었다. 우리나라 면적의 63%를 태웠다.
브라질 중부와 인접한 볼리비아와 파라과이의 지역을 가로지르는 ‘세계 최대의 늪지’ 판타나우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십 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화재로 이 지역은 동물과 식물군 파괴 위기에 처했다. 브라질 당국에 따르면, 이미 불길이 2만9000 평방킬로미터 이상의 습지 면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전체 판타나우 면적의 19% 정도며, 뉴욕 면적의 3배에 달하는 크기다.
추위의 대명사로 꼽히는 시베리아도 2015년·2018년에 이어 지난해 대형산불이 휩쓸며 북미까지 연기가 날렸고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북극의 빠른 기온 상승으로 인해 침엽수림(타이가)에서 대형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동토층이 빠르게 녹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때 38도까지 치솟으며 대형산불을 부채질했다. 여기에 중국에 목재를 수출하기 위해 남벌하며 토양이 건조해져 산불과 홍수를 초래한다. 극지방의 산불은 한 해 전의 불씨가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 토탄 속에 겨우내 은신하다 봄에 기온이 올라 축축하던 땅이 건조해지면 지면으로 올라와 부활하는 까닭에 ‘좀비 화재’로 불린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이 더워지면서 좀비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하늘에서 지구를 내려다 본다면 열대지방부터 극지방까지 곳곳이 불타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북극에서 시베리아, 남미 아마존, 아프리카까지 동시다발적으로 관측되는 기상 이변과 산불 사태는 지구 생태계에 또 다른 경고음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