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로 스마트시티 구현한 세르비아 수도…안전도시 가장한 감시도시

이윤정 기자

친중 대통령, 화웨이와 제휴

8000여대 감시카메라 설치

사람·차량 모두 추적 분석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중심에는 도시의 상징인 베오그라드 공화국광장이 있다. 1867년 터키로부터 해방을 이끈 미하일로 오브레노비치 왕자 동상을 중심으로 국립박물관, 중앙은행, 국립대학 등이 들어섰고, 고풍스러운 카페가 즐비해 만남의 명소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이 아름다운 광장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 기업 화웨이가 설치한 감시카메라 시스템이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고 차량 번호판까지 식별해 모든 활동을 분석하면서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마트시티가 안전도시를 가장한 ‘감시도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중 지도자인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2019년 화웨이와 ‘안전도시’ 제휴를 맺고 도시에 8000여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베오그라드 공화국광장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됐는데, 이곳을 지나는 사람과 차량을 모두 추적 분석해 수상한 행위가 있는지 감지해낸다.

테러 행위를 막겠다는 게 명분이지만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모든 것을 감시당한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생체 정보를 어떻게 저장·활용하고, 누가 접근 가능하며,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하는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않은 채 감시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르비아 공공정보데이터보호위원회 사무차장인 즐라트코 페트로비치는 “정교한 기술로 사회 전체를 감시하는 시스템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디스토피아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FT는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디지털 실크로드’를 건설한다면서 개발도상국과 스마트시티 기술 제휴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 이후 중국 기업과 스마트시티 계약을 맺은 전 세계 도시는 144곳에 달한다. 비디오 감시 프로그램을 비롯해 교통 통제 시스템, 쓰레기 자동 수거 설비, 전력 배분 등 도시 기능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의 스마트시티 기술이 여러 위험을 수반한다고 경고한다. 권위주의 정부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개인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위험이 있는 데다 중요한 데이터들이 중국에 넘어가거나, 극단적으로는 중국 기업이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차단해 도시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아프리카연합(AU) 시스템을 해킹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화웨이는 2012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AU 본부 건물 내 통신장비 설치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이후 5년 동안 화웨이가 이 통신장비를 이용해 AU 본부 시스템을 해킹하고 기밀 데이터를 빼갔다는 의혹이 나왔다.

호주 정부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도 화웨이가 파푸아뉴기니 정부를 위해 구축한 데이터센터에 해킹에 취약한 오류가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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