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왕실 후계자, 동성과 결혼해도 지위 유지" 변화 예고

박하얀 기자
카타리나 아말리아 네덜란드 공주가 지난 2019년 4월27일(현지시간) ‘왕의 날’에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아메르스포르트 | 로이터연합뉴스

카타리나 아말리아 네덜란드 공주가 지난 2019년 4월27일(현지시간) ‘왕의 날’에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아메르스포르트 | 로이터연합뉴스

동성 결혼을 최초로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 왕과 왕실 후계자도 왕실의 자리를 지킨 채 동성 결혼을 할 수 있게 됐다.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의회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모든 왕위 계승자나 왕은 왕위 계승권을 포기하지 않고도 성별과 관계없이 결혼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론적인 상황이지만 차기 여왕은 여성과 결혼할 수 있다”며 “시대가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2001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지만, 왕실 결혼은 그 대상에서 예외였다. 네덜란드 헌법에 따르면 왕실 구성원은 약혼을 발표한 뒤 의회에 결혼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왕실 구성원으로서의 자격과 왕위 계승권을 박탈당한다. 이에 따라 일부 구성원들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스스로 승계를 포기했다.

왕실 내 동성 결혼 문제는 최근 왕실 동성 부부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법을 지적한 책들이 출판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당인 중도우파 자유민주국민당(VVD)은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고 총리에게 요청했고, 이에 뤼터 총리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네덜란드 왕위 계승자인 카타리나 아말리아 공주(17)는 현재까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네덜란드 헌법은 ‘법적 후손’만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서 입양이나 정자 기증을 통해 태어난 동성 부부의 자녀가 왕위를 승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뤼터 총리는 이에 대해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왕실 결혼을 승인하는 의회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가족법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법은) 특정 사건과 주변 환경에 매우 의존적이다”고 덧붙였다.

각국의 왕실 구성원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대다수는 자신들의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갔고 공개한 이들은 쫓겨났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일례로 인도 왕자인 만벤드라 싱 고힐은 2006년 커밍아웃을 한 이후 한동안 상속권을 박탈당했으며, 그의 어머니는 신문에 그와 절연한다는 광고를 냈다. 고향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여는 등 살해 위협도 이어졌다. 동성애를 범죄 행위로 규정한 인도 법은 2018년 폐지됐고, 현재 그는 비영리 단체 ‘락샤 트러스트’를 운영하며 성소수자(LGBT)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페인 공작부인인 루이사 이사벨 알바레즈 데 톨레도는 2008년 임종 직전 한 여성과 결혼해 자신의 유언장에 새 배우자를 기재하고 자녀들을 상속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현지 언론은 “이 결혼은 공작부인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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