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통합 원칙 흔드는 폴란드와 헝가리에 "코로나19 지원금 지급 않을 수도"

김혜리 기자

유럽연합(EU)이 민주주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회원국들에 예산 지급을 보류하는 강경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헝가리가 EU 통합의 주춧돌 역할을 해 온 EU법에 도전하고, 인권 문제 등으로 EU와 갈등을 빚어온 것에 대한 대응이다.

디디에 레인더스 EU 집행위 사법총국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예산 지급을 보류하는 방안을 언제 시행할 지는 며칠, 최대 몇 주 이내의 문제”라며 “폴란드에 대해선 현재로서 가장 강력한 수단을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인더스 장관이 언급한 방안은 지난 12월 EU 의회에서 채택된 ‘조건부 규제 메커니즘’을 말한다. 민주적 가치를 위협하는 등 EU 법치를 위반해 EU 기금 관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원국에는 예산 지급을 중단한다 것이 주 내용이다.

EU는 사법부와 자금 조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독립적인 검찰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을 판단해 규제 메커니즘 작동 여부를 결정한다. 해당 메커니즘은 EU 회원국들이 기본적인 민주적 가치를 위반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채택됐지만 지금까지 실제 시행된 적은 없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난 7월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양자회담에 도착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난 7월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양자회담에 도착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EU가 예산 지급 동결이라는 초강수를 거론하게 된 것은 극우 포퓰리즘 정부가 집권한 후 EU법과 충돌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헝가리와 폴란드때문이다.

폴란드의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은 2017년 판사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사법개혁을 추진했다. EU는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는 조치라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폴란드는 이를 무시했다. 지난 3월 유럽사법재판소(CJEU)는 폴란드 정부가 사법 장악을 시도하며 EU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CJEU 결정과 폴란드 헌법 중 어떤 법이 우위에 있는지 가려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7일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EU 조약이나 결정보다 폴란드 헌법이 우위에 있다고 결정하자 EU는 “EU법은 모든 개별 국가의 법보다 상위법”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헝가리의 경우 지난 6월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EU 회원국 정상들과 충돌한 바 있다.

EU가 실제 조건부 규제 메커니즘을 작동하며 폴란드와 헝가리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EU는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회원국들에게 7500억유로(1040조원) 규모의 회복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규제 메커니즘을 개시하면 폴란드는 360억유로, 헝가리는 72억유로의 지원금을 못받게 된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지난 11일 CJEU에 조건부 규제 메커니즘 적용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해둔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9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리는 EU 의회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21일부터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도 해당 사안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에 폴란드에 코로나19 회복 기금을 지급하는 걸 승인하지 않도록 촉구할 것”이라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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