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에 연 1000억달러 지원”…‘기후 갈등’ 해법? 벌써 ‘갸웃’

박용하 기자

영국·독일·캐나다 제안

‘재탕 계획’ 진정성 비판

영국과 독일, 캐나다 정부가 기후위기 공동 대응을 위해 개발도상국에 연평균 1000억달러(약 117조원)를 지원하는 계획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 나타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갈등을 돌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계획의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24일(현지시간) COP26 의장국인 영국이 25일 독일, 캐나다와 함께 새로운 기후기금 계획 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발표될 새 계획에는 연 단위의 지원액 목표치를 정하는 대신,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000억달러를 최빈국들에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진국보다 최빈국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후 적응 예산을 투자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이번 계획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갈등을 돌파하려는 취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대다수 개도국들은 화석연료의 활용으로 부를 축적해온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기후위기 대응을 도울 책무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화석연료를 쓰지 못하면 선진국이 누린 것처럼 빠른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힘들기에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2009년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최소 1000억달러의 기후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달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개도국에 지원된 기금은 약 800억달러에 그쳤다. 영국과 독일, 캐나다의 1000억달러 지원 계획은 개도국 지원에 대한 기존의 약속을 준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발표를 두고 영국 내에서는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 개도국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삭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COP26의 기후기금 계획은 정부의 (ODA 삭감) 논쟁으로 빛이 바랬다”고 지적했다.

1000억달러의 기후기금 조성안에 COP26의 다른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그간 다수의 국가들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많은 재정을 쏟아부었기에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ITV는 이번 기후기금 조성안에 개별 국가들이 어떻게 기여할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며, 개도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협력 방안은 다음달 COP26에서도 중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빈곤국이 참여하지 않은 기후변화 대응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 해도, 수십억에 달하는 인구의 개도국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이어간다면 그 효과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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