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

빨라질 기미 안 보이는 '탈석탄 시계'

윤기은 기자

영국과 캐나다 등 40여개 국가들이 4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40년대까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합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으로 평가되지만 완전한 탈석탄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석탄 사용을 멈춰야 한다고 경고한다. 다른 연료에 비해 석탄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성분이 더욱 집약돼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 기온이 1도 오를 때 석탄이 타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0.3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탈석탄 시계는 빨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중국, 인도, 호주 등 주요 석탄 생산 국가들은 물론 기후 위기 대응에 앞장서온 미국도 석탄 생산과 사용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석탄발전 중단 합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여기에 전 세계를 덮친 에너지난과 석탄 수출로 경제적 이득을 보는 나라들의 셈법, 효율적인 대체에너지 부재 등 다양한 요인들이 탈석탄의 난관으로 남아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발생한 에너지난은 감소 추세였던 석탄 수요와 생산량을 다시 높였다. 팬데믹 동안 에너지 연료 공급량이 줄어들자 전력 생산이 불안정해졌고, 일부 국가들은 전력난 해소 방안으로 석탄을 찾았다. 대규모 정전 사태 후 중국 정부는 지난달 일일 석탄 생산량을 기존 1160만t에서 1200만t으로 늘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 내 석탄 사용량이 5억3700만t으로 전년대비 23%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내 석탄 사용량이 증가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석탄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호주, 인도네시아, 러시아, 미국 등 거대 석탄 수출국은 석탄 생산을 포기할 수 없게 됐다. 호주 정부는 올해 자국 석탄 수출량이 전년보다 3900만t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네시아는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석탄을 수출해 380억달러(약 44조원)를 벌어들였다. 인도네시아는 2056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 계획을 밝혔지만 석탄 생산 중단 및 수출 제한을 위한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탈석탄 정책에 대한 기회비용도 문제다. 화력발전소나 탄광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관련 산업에서 종사하던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전력생산 90%를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최근 유럽연합(EU), 미국 등으로부터 85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지원을 받고 탈석탄 정책을 가속화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남아공 전국금속노조는 광산 산업 종사자 10만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며 정부 결정에 반발했다.

원자력 발전과 석탄 화력발전을 대체할 만한 효율적인 친환경 대체에너지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도 탈석탄 시기를 늦추고 있다. 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로 원전 가동률을 낮추자 전력발전 중 석탄 화력발전 비중이 2010년 22%에서 9년 후 30%대로 늘었다. 전력 생산 원료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도 전력생산 40% 가량을 석탄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결국 COP26을 앞두고 탈석탄 목표 시기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EU 국가들의 통상적 목표인 2030년이 아닌 2050년으로 잡았다.

2018년 12월5일(현지시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인 폴란드 베우하투프 발전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베우하투프|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12월5일(현지시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인 폴란드 베우하투프 발전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베우하투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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