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보호와 우크라 수호 사이…러 추가 제재 망설이는 미국

김유진 기자

난민 지원 적극적이지만

미국 내 인플레 영향 우려

러 원유·가스 수입금지 등

젤렌스키 요구 사항에 ‘미적’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탈출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모이는 폴란드 국경을 방문해 27억5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인도적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천막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내가 지금 우크라이나 친구 옆에 선 것처럼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편에 서 있다”며 연대를 과시했다. 블링컨 장관은 6일 몰도바를 방문해서는 폴란드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폴란드와 긴밀하게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5일 미국 상·하원 의원 280여명은 주말임에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일부 의원은 면담 말미에 ‘슬라바 우크라니’(Slava Ukraini·우크라이나에 영광을)라고 외치며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의회가 ‘우크라이나 수호’에 전력을 쏟는 것처럼 비치지만 정작 우크라이나가 강력하게 요청하는 핵심 사안에서는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쿨레바 장관은 우크라이나 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항공기·드론·방공 미사일 지원 등을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뾰족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서방과 러시아와의 전면적 충돌에 대한 우려 탓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우크라이나 상공에 러시아 전투기가 출현할 경우 이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격추시킬 수 있다는 옵션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회원국들은 나토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비행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고 CNN에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같은 서방의 태도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폭격을 하라고 (러시아에) 청신호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의 경우도 당장 현실화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미 의회에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잡기’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바이든 행정부는 보다 신중한 입장이다. 공급난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 40년 만의 최고 수준인 미국 내 인플레이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서다.

다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백악관이 원유 수입금지가 미국 소비자와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하는 등 검토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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