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서 'EU 가입 희망' 대규모 시위… 덴마크는 EU 공동방위 확정

박용하 기자
옛 소련 국가 조지아의 시위대가 20일(현지시간) 수도 트빌리시 의회 건물 앞에서 ‘우리는 유럽’이라는 배너를 들고 유럽연합(EU) 가입 지지 시위를 하고 있다. 트빌리시 | AP연합뉴스

옛 소련 국가 조지아의 시위대가 20일(현지시간) 수도 트빌리시 의회 건물 앞에서 ‘우리는 유럽’이라는 배너를 들고 유럽연합(EU) 가입 지지 시위를 하고 있다. 트빌리시 |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집단안보 체제에 참여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이 빨라진 가운데 옛 소련 국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가입을 원하는 군중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덴마크는 30여년만에 EU의 공동방위에 동참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중심가에는 이날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EU 깃발을 든 대규모 인파가 몰려나왔다. 시위에서는 유럽연합가인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연주됐으며, 참가자들은 ‘우리는 유럽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AFP는 드론 영상을 토대로 이번 시위에 12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조지아는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했으며 이는 헌법에도 명시됐다. 조지아는 당초 내년쯤 EU 가입을 신청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일정을 앞당겨 올해 3월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조지아에 대해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대신 연말까지 가입 조건 충족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우선 국내의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법·선거제도 개혁 등도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EU는 특히 조지아의 ‘탈올리가르히’를 강조했다. 이는 올리가르히(구소련 계열 특권계층 재력가)로 정계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해온 비드지나 이바니시빌리 전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친러시아 성향이란 지적을 받은 바 있으며,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을 이끌며 사법부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민주주의를 후퇴시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럽의회는 이달초 이바니시빌리가 조지아 정치·경제에 ‘파괴적 역할’을 했다며 그를 제재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트빌리시에서 열린 시위에선 EU 가입의 걸림돌이 된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주최 측인 인권운동가 쇼타 디그멜라시빌리는 새로운 대중운동의 시작을 선언하며 “우리 요구를 모아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가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비폭력 저항이 조지아의 유럽행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쓸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중의 분노가 이바니시빌리를 향할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집권 여당 측은 일단 EU가 제시한 요건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라클리 가리바슈빌리 총리는 최근 “(EU가 제시한) 모든 요건을 이행하고, 후보자의 지위를 얻기 위해 EU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덴마크가 30여년만에 EU의 공동방위에 동참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제페 코포트 덴마크 외무장관은 다음달 1일부터 EU의 공동방위 예외규정(옵트아웃)을 폐기한다는 내용의 서한에 이날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덴마크는 향후 나토 뿐만 아니라 EU를 통해 유럽의 안보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덴마크는 EU의 일원이면서도 공동안보방위정책과 유로화 도입, 사법 협력 등에는 예외를 두고 있었다. EU 통합의 기본이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개별 국가의 주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우려가 제기된 뒤 EU 공동방위 예외규정 폐기를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했다. 지난 1일 진행된 국민투표에서는 66.9%가 폐기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터키의 반대에 직면해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는 이날 터키 측과의 조율에 실패했지만 3국 모두 협상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는 기존 30개 회원국 중 터키만 반대하고 있다. 두 나라가 터키가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옌스 스톨텐베리크 나토 사무총장은 이를 중재하기 위해 3국 협상단을 브뤼셀로 초청했고 이들은 5시간 넘게 회의를 했지만 아직 절충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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