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조직위 “월드컵 준비로 사망한 이주노동자 400여명”

박용하 기자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독일 분데스리가 샬케04 대 바이에른 뮌헨 경기가 열린 독일 겔젠키르헨의 펠틴스 아레나에 관중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보이콧한다는 내용의 걸개가 걸려있다. | AP연합뉴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독일 분데스리가 샬케04 대 바이에른 뮌헨 경기가 열린 독일 겔젠키르헨의 펠틴스 아레나에 관중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보이콧한다는 내용의 걸개가 걸려있다. | AP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 측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400여명에 이를 것이란 추정을 내놨다. 사망자가 40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카타르 정부의 주장과 달리 월드컵 준비에 따른 이주노동자들의 극심한 피해를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산 알 타와디 조직위 사무총장은 29일(한국시간) 영국 ‘토크TV’가 공개한 언론인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과 관련된 공사에서 실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가 몇 명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400명에서 500명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간 뒤 조직위 측은 “사무총장의 발언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카타르 전역에서 월드컵 업무와 관련해 모든 부문과 국적을 포함한 사망자(414명)에 대한 국가 통계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와디 사무총장의 발언은 그간 전해지던 카타르에서의 이주노동자 사망 의혹을 사실상 시인한 의미가 있다. 앞서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며 이주노동자들을 가혹한 노동 환경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기온이 50도를 오르내리는 현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느라 탈수와 열사병 등으로 고통받았으며 이는 다수의 사망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타르 정부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사망한 이주 노동자가 40명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심장마비 등 노동과 관련 없는 사고로 37명이 사망했고, 공사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3명뿐이란 것이다. 타와디 사무총장의 이번 인터뷰로 카타르 당국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지게 됐다. 카타르 정부는 타와디 사무총장의 인터뷰에 대한 외신들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외신들과 인권운동가들은 카타르 월드컵 준비 중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의 실제 규모는 타와디 사무총장이 내놓은 추청치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뒤 10년간 인도와 파키스탄 등 아시아 지역에서 온 노동자 6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지난해 보도했다. 케냐 등 다른 지역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일각에선 카타르 월드컵을 ‘이주노동자의 피로 이뤄낸 월드컵’이라 비난한 바 있다.

인권운동가들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카타르 측이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여전히 답해야 할 질문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또 유족들은 합당한 보상을 받았는지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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