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 아미니 1주기 앞두고 부친 구금…히잡 시위 재확산 ‘차단’

박용하 기자

“1주기 추도식 열지 말라” 경고 후 석방…아미니 묘소 접근 막아

테헤란 인근 산발적 시위…SNS엔 차량 경적 시위 등 영상 공개

<b>‘한쪽 눈’으로 지켜볼 자유의 날을 기다리며</b>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1주기 추모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이 이란 보안군이 쏜 고무총에 맞아 실명한 청년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아미니가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뒤 이란 전역으로 반정부 시위가 번졌고, 이란 정부는 무차별적인 탄압을 벌여 국제사회 비난을 받았다. EPA연합뉴스

‘한쪽 눈’으로 지켜볼 자유의 날을 기다리며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1주기 추모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이 이란 보안군이 쏜 고무총에 맞아 실명한 청년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아미니가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뒤 이란 전역으로 반정부 시위가 번졌고, 이란 정부는 무차별적인 탄압을 벌여 국제사회 비난을 받았다. EPA연합뉴스

이란 보안 당국이 ‘히잡 시위’ 1주년을 앞두고 구금 도중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아버지를 체포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유족들의 추모 행사가 시위의 재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은 16일(현지시간) 비정부기구인 ‘쿠르드인권네트워크’를 인용해 “이란 보안군이 전날 쿠르드족 지역의 시위를 진압하고 아미니의 부친 암자드 아미니를 잠시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아미니는 1년 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의문사한 쿠드르족 여성이다. 사건 이후 이란 전역에서는 과도한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암자드는 전날 이란 서부 세키즈에 있는 집에서 외출하려던 중 군 병력에 체포됐으며, 딸의 1주기 추도식을 열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뒤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암자드는 1주기를 맞아 딸의 묘소에서 철야 기도 등 고인을 추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나, 결국 이조차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당국은 시위 1주년을 앞두고 그간 아미니 일가의 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암자드는 지난 2주간 지역 정보당국에 4차례 소환당해 심문을 받았으며, 가족 구성원들이 추모 활동에 참여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메시지를 공유하면 다른 자녀가 체포될 수 있다는 협박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미니의 삼촌인 사파 아엘리는 이미 지난 5일 지역 당국에 의해 구금된 상태다.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1주기를 맞아 시위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보안 당국은 시위가 발생할 수 있는 아미니의 묘소 인근에 군중들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으며, 쿠르드족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 대규모 경찰과 군 병력을 배치했다.

하지만 당국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도 수도 테헤란 서부 카라즈 인근의 고하르다슈트, 북부 마슈하드 등에서는 이날 산발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SNS에는 “이란을 되찾을 것”이라고 외치는 시위대와 경적 시위를 벌이는 차량들을 촬영한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란 관영 매체들은 당국이 불법 시위를 일으키려는 시도를 무산시켰으며, 여러 도시에서 ‘반혁명적 인사’와 ‘테러리스트’가 검거됐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들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구타나 총격에 따른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아미니의 사망 이후 책임자들에 대한 어떤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반면 히잡 시위에 대해서는 무차별적인 탄압을 벌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지난 1년간 시위 과정에서 미성년자 71명을 포함해 500명 이상이 보안군의 유혈 진압으로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 또 당국에 체포된 인원만 2만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히잡 시위 1년을 맞아 인권 침해에 연루된 이란 개인 및 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 조처를 잇달아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국무부는 지난 15일 이란혁명수비대(IRGC)·이란 교도소 책임자 등 개인 25명, 국영 언론 3곳, 인터넷 회사 1곳 등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고, EU 이사회도 개인 4명, 기관 및 단체 6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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