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기싸움에 힘 빠진 대북제재…‘한반도 비핵화’ 빨간불 켜지나

최혜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노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노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의 활동이 종료되면서 북핵 억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갈등으로 국제사회의 결의에 따른 제재 수단마저 힘을 잃으면서 국제 비확산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결의안을 28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쳤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이날 결의안이 부결된 후 “이는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폐쇄회로)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며 반발했다. 패널 임기가 종료된다고 해서 대북 제재가 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국의 정보와 의지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강도가 약해지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안은 안보리 차원에서의 제재 의지와 동력 자체가 약해졌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전에도 북한의 ‘우방’으로 여겨져 왔지만 북핵 개발을 억제하는 상임이사국 책임을 방기하면서까지 이를 용인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러 외교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북핵 문제가 방치될 수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꾸준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무기 거래’ 의혹을 받아 왔다. 러시아에는 이 같은 위반 행위를 감시하고 보고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이 ‘눈엣가시’로 여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2년 넘게 계속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서방과 갈등이 커지고 무기 지원이 절실해진 것도 거부권 행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도 북한 압박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표결에서는 거부가 아닌 기권표를 행사해 러시아를 거드는 ‘조연’ 역할에 머물렀지만, 중국은 일찌감치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과 거리를 유지해왔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된 2022년부터는 미국이 대중국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어떤 공조에도 협력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종 규탄·제재 논의에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핵 도발을 국제 비확산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갈수록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북핵을 더 이상 ‘부담’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여긴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당분간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제동을 걸면서 북한 핵 개발의 조력자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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