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중음악 100대 명반 ‘들국화’1위

그룹 들국화의 데뷔 음반(1985)이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명반으로 꼽혔다.

경향신문은 문화기획·대중음악 전문매체인 ‘가슴네트워크’에 의뢰, 평론가·기자·방송PD·음반기획자 등 국내의 대중음악 전문가 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을 선정했다. 그 결과, 들국화 데뷔 음반이 1위에 올랐다. 이 음반은 총 207점을 획득했으며, 선정위원의 87%인 45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별도의 추천 음반 리스트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선정위원이 들국화의 데뷔음반을 ‘명반’으로 꼽은 셈이다.

[커버스토리]대중음악 100대 명반 ‘들국화’1위

선정위원장 박준흠씨(가슴네트워크 대표)는 들국화의 음악을 ‘80년대 새로운 음악의 시작’이라고 평했다. 그들의 데뷔음반을 시작으로 80년대 중·후반 ‘한국대중음악의 르네상스’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오후만 있던 일요일’은 현대 음악 마니아의 감성과도 동떨어지지 않으며, 서구 대중음악의 트렌드에서도 벗어나지 않는 ‘세련된’ 한국대중음악의 시작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2위는 유재하의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사랑하기 때문에’(87)였다. 41명의 선정위원으로부터 182점을 얻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작사·작곡·편곡을 모두 해낸 유재하야말로 한국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음악적 자주의 완전 실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3위는 71년 발표된 김민기의 유일한 독집 음반이다. 발매 직후 전량 압수돼 폐기됐고, 모든 곡이 금지된 이 음반에 대해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대중가요가 그저 그런 사랑과 이별, 눈물뿐 아니라 깊은 철학적 사색과 시대적 고민을 담는 예술적 산물일 수 있음을 보여준 음반”이라고 말했다.

김창완·창훈·창익 형제의 산울림 1, 2집은 5, 6위에 나란히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산울림은 4위, 11위를 차지한 어떤날의 음반과 함께 20위권 내에 2장의 앨범을 올린 밴드다.

90년대 음반으로 10위권에 든 것은 9위인 델리 스파이스 데뷔음반(97), 10위인 이상은의 ‘공무도하가’(95)였다. 90년대 ‘문화대통령’이라 불리며 대중음악의 패러다임을 순식간에 바꾼 서태지와 아이들의 정규 음반은 4장 모두 100위권에 들었다. 데뷔음반(92)이 24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2집(93)이 30위, 4집(95)이 36위, 3집(94)이 57위를 차지했다.

[커버스토리]대중음악 100대 명반 ‘들국화’1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트로트 장르 음반은 순위권에 포함되지 못했다. 박준흠씨는 “트로트 장르는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보다는 싱글 중심의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 ‘앨범 차트’에 포함되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70년대 이전 음악이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60년대까지는 ‘히트곡 모음집’ 개념이 강했지,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적 주제를 갖고 작품으로서의 음반으로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위권 순위를 살펴보면 80년대 중·후반에 명반이 쏟아져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상위 20위에 오른 음반중 10장이 이 시기에 발매됐다. 박준흠씨는 “들국화가 데뷔한 85년에서 김현식이 죽은 90년까지 한국 대중음악계는 스타일이 가장 다양했고, 여러 세대 음악인이 공존했으며, 주류 음악권에서 명반이 나왔던 시기”라고 분석했다. 예상과 달리 90년대 대중음악을 주도한 프로듀서 겸 작곡자들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프로듀싱 등 ‘기능적’ 측면보다는 좋은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창작력’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박준흠씨는 “음악산업의 핵심은 ‘작품으로서의 앨범’”이라며 “음반을 사는 음악 마니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음악사적인 부분에서도 음반이라는 개념을 환기한다는 측면에 이번 기획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앞으로 1위~100위 음반에 대한 리뷰를 1년여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글 백승찬·사진 박재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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