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만 잘한다고 ‘황금장갑’ 다 낄까…수비기여도 따로, 선정 따로

한국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1일 열린다. 골든글러브의 원래 취지는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를 뽑기 위함이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사실상 포지션별 MVP를 뽑는다. 그래서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에게도 ‘황금장갑’을 수여한다.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한 삼성 양준혁은 그래서 최다 수상 타이기록(8회)을 노린다. 양준혁은 지금까지 외야수로 3번(96·97·2003), 1루수로 1번(2004), 지명타자로 3번(98·2001·2006)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수비만 잘한다고 ‘황금장갑’ 다 낄까…수비기여도 따로, 선정 따로

그렇다면 진짜 수비를 잘 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대개 수비 실력은 수비율(자살+보살/자살+보살+실책)로 계산한다. 실책이 적은 선수의 수비율이 높아진다. 실책이 적은 선수가 수비 잘하는 것은 맞지만 수비율에는 수비 범위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편한 공만 잡으면 수비율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자살(刺殺)은 직접 공을 잡아 아웃카운트를 잡는 것, 보살(補殺)은 아웃에 도움이 된 송구 및 중계 플레이를 말한다.

이를 보완하는 통계가 수비기여도(Range Factor)다. 메이저리그 야구통계 전문가 빌 제임스가 창안한 이 통계는 팀이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데 선수가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보여준다. 자살+보살을 9이닝당 평균화한 것이 수비기여도다. 수비기여도와 함께 수비율이 높은 선수가 수비를 잘 하는 선수다. 단, 포수와 1루수의 경우 아웃을 마무리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수비기여도의 의미가 떨어진다.

2007 시즌 수비기여도를 살펴보면 골든글러브 후보와 사뭇 달라진다. 상식과도 조금 다르다. 야수 중 수비기여도 1위 선수가 골든글러브 후보에 포함된 경우는 한화 3루수 이범호가 유일하다. 이범호는 올시즌 수비기여도 3.18로 3루수 중 가장 높았다. 2위는 롯데 정보명(2.98), 3위는 삼성 김재걸(2.85)이다. 김동주는 2.54로 가장 낮았다.

외야수 수비기여도 1위는 롯데 이승화였다. 수비 이닝수가 적지만 외야에 있을 때는 열심히 아웃을 잡아냈다. 2위는 LG 이대형(2.69). 그는 리그 최다인 294개의 자살을 기록했다. 그만큼 많은 공을 따라가 잡아냈다는 증거.

물론 수비기여도에도 허점은 있다. 이종욱의 수비기여도가 2.34에 그친 것은 그만큼 동료 좌우 수비수가 뛰어났다는 뜻이다. 삼성 박한이는 다른 외야수들이 약한 탓에 수비기여도 2.45에 자살을 280개나 잡아냈다. 이대형에 이어 리그 2위다.

아무리 포지션별 MVP를 뽑는다해도 ‘황금장갑’ 시상에 수비기여도가 별로 고려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수비기여도 순위에 포함된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LG 이대형이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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