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종편… 이틀 전 채널 확정, 시험 방송도 거의 못해

유인경 선임기자·최희진 기자

조선·중앙·동아 및 매일경제의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개국 이틀 전에야 채널 협상을 마무리하고 1일 방송을 시작한다.

종편들이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개국을 강행한 것에 대해 광고주와 광고·홍보회사들은 “한마디로 총체적 민폐”라고 말했다. 종편 사업자들은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방송 스튜디오를 완공하고 제작 장비를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방송을 할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외국 방송장비 제작업체에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등 5개사의 주문이 몰리면서 장비 배송이 늦어졌다”며 “일부 종편은 종합유선방송에 신호를 송출하는 시험방송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사들은 “방송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프로그램 부실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11월30일 현재 종편 채널들은 12월4일까지의 편성표만 짠 상태다. 그나마 편성 내용도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TV 오락채널과 유사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다.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도입을 강행하면서 내세운 ‘시청자 채널 선택권 및 방송 다양성 확대’라는 취지에도 어긋난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각종 광고와 홍보비용을 요구하는 종편 관계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기업의 광고집행 임원 ㄱ씨는 “솔직히 종편의 성공 여부는 물론 제대로 방송이 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한 광고비를 집행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빚독촉하듯 너무 지원을 요구한다”면서 “특히 신문사를 업고 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의 조폭들이나 쓰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업뿐만이 아니라 광고·홍보회사에도 졸속 제작되는 종편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요청이 끊이지 않아 공동 대처법이라도 마련해야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패션회사 홍보부장 ㄴ씨는 “종편사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덕션에서 상품이나 광고 협찬을 요구하면서 자기 프로그램의 성격과 정체성, 그리고 지원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무조건 도와달라고만 하니 난감할 뿐”이라며 “이렇게 준비도 안된 방송을 졸속으로 만들어 내보내는 것은 시청자들에 대한 기만이자 사기”라고 말했다.

종편 관계자 ㄷ씨는 “솔직히 우리도 아슬아슬하다. 경쟁사 일정을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라며 졸속 개국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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