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업은 종편 “1년에 100억 달라” 대놓고 광고 압박

도재기·김준기·백인성 기자

막가파식 광고료 책정기업들 “조폭도 아니고”

기업들은 요즘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개국에 맞춰 ‘막가파식’ 광고 주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종편은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관련 법안이 표류하는 틈을 노리고 주요 광고주인 기업들을 상대로 광고와 협찬을 강요하고 있다. 신문의 영향력을 앞세운 종편의 무리한 광고 요구는 언론의 공정성은 물론 광고시장 붕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6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 종합편성채널 jTBC 매체설명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달 6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 종합편성채널 jTBC 매체설명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종편의 무리한 광고영업

4대그룹의 한 홍보 담당 임원은 최근 황당한 주문을 받았다.

한 종편의 보도국 간부와 만난 자리에서 “20개는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위상에 걸맞게 하셔야죠. 회장님 체면도 있으시고…”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임원은 “20개라는 말은 광고·협찬으로 100억원을 달라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나 협찬을 하려면 최소한의 시청률 자료라도 있어야 액수를 정할 수 있다”면서 “막무가내로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종편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의 내년 예산이 1000억원이기 때문에 최소한 50억원 이상은 해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한다”면서 “패키지 광고를 내놓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총액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개국 초기니 종편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내년 1~3월간 한 달에 채널당 3억~5억원을 달라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종편들이 요구하는 무리한 광고료도 기업들엔 불만거리다.

종편은 광고료로 공중파의 70% 수준을 맞춰줄 것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한마디로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광고효과를 분석한 자료가 ‘제로’인 상황에서 기존 케이블 TV보다 10배나 많은 광고료를 요구하는 것은 강도 짓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최근 광고주협회가 광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편당 광고시청률은 0.5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상파방송 평균 광고시청률 2.0~2.5%의 25%에 머무는 수준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드라마 간접광고 제안을 받았는데 1억원을 요구했다”면서 “지상파 방송과 거의 비슷해 놀랐다”고 말했다.

광고 요구에 응하지 않는 기업에는 ‘당근’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10억원의 광고·협찬을 약정하면 20억원에 해당하는 광고·협찬 효과를 제공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종편 관계자로부터 “ ‘12월부터 서비스 광고를 실시하는데 당신 회사의 광고영상 자료를 제공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더니 ‘서비스 해준다는데 말이 많으냐, 당신들 회사는 원래 그러냐’고 화를 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종편의 광고영업이 신문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있어 거절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대기업 관계자는 “종편 쪽과 이야기하다 보면 은근히 신문기사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근래엔 정·관계 인사들을 동원하면서까지 광고 압박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 울며 겨자 먹는 기업들

기업들은 울상이다. 유럽과 미국발 재정위기로 해외 수출이 줄어들고 내수도 침체된 상황에서 종편의 과도한 광고 요구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셈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종편이 작심하고 기업 총수의 부도덕성을 까발리고 나서거나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하면 광고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는 게 기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너가 있는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광고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미 재계에는 ‘특정 기업이 특정 종편에 얼마를 내놓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 대기업은 150억원, 또 다른 대기업은 100억원을 종편 4곳에 집행하기로 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해당 기업들은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종편 4개사가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에 내년에 각각 100억원에서 150억원 수준의 광고를 요구했고, 삼성도 조만간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종편 광고비를 책정하면 종편들은 삼성을 기준으로 다른 대기업들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본격적인 광고수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종편에 광고를 하기는 해야 할 텐데, 내년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돼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종편 요구에 굴복한 일부 대기업은 이미 종편과 구체적인 광고비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광고를 한다고 해도 종편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는 케이블채널 수준을 내겠다고 주장하며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아예 종편을 무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중견 기업 임원은 “종편이 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지상파보다 작아 부정적인 기사의 경우 더욱 자극적인 내용으로 기업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회사 내부에서는 종편의 요구를 어차피 다 들어줄 수 없으니 차라리 두들겨 맞고 가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 결국엔 소비자 피해로 연결

종편들의 직접 광고영업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게 뻔하다. 광고 압박으로 광고비를 지출한 기업들이 제품 가격에 광고비를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기도 악화된 상황에서 원하지도 않고, 예상도 하지 않던 무리한 광고비 지출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각종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소비재 기업 관계자도 “솔직히 제품가격이 오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소비자들이 결국 종편의 광고비를 부담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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