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광고 직거래, 독립·공공성 훼손

이진로 | 영산대 교수·신문방송학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입법이 지연되는 가운데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한다. 종편의 광고 영업이 직접판매제로 이루어질 경우 방송 산업 발전은 물론 공익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주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종편의 광고 영업이 시작되면서 중소 방송과 신문의 광고가 축소되며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둘째, 광고주가 종편의 보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방송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셋째, 광고 영업 경쟁 심화와 광고 시장 혼탁화로 인해 방송 산업과 콘텐츠 발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먼저 종편의 관계자들이 삼성 등 대기업에 상당한 금액의 연간 광고협찬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된다. 종편으로 광고가 옮겨가는 대신 비교적 시청률이 낮지만 지역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해온 지역방송사와 종교적 기능을 수행하는 종교방송의 광고 매출액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 규모 방송이 약화될 경우 방송 생태계의 다양성, 방송에서 이루어진 여론과 표현의 자유도 약화될 것이 예상된다.

[전문가 기고]② 광고 직거래, 독립·공공성 훼손

종편의 광고영업이 직접판매제로 이루어지면서 광고주가 방송 독립성을 위협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영업 방식은 위탁판매제다. 광고주와 방송사의 직접 거래를 막는다. 광고주가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이나 보도의 논조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하지만 직접판매제는 광고주 영향의 벽을 허문다. 광고주의 영향을 받은 방송은 공공성과 독립성이 약화된다.

이와 함께 종편의 광고 직접판매제로 광고 판매 경쟁과 시청률 경쟁도 심화된다. 콘텐츠의 주된 목적에서 시청률이 중심이 된다. 선정성을 높이고 공익성은 희생된다. 폐해는 그뿐만이 아니다. 신문광고 판매의 부정적 측면인 일괄 집행 요구 관행이 방송광고 판매에서도 재현된다. 광고주가 한 신문에 광고를 집행할 경우 다른 신문의 불만을 사고, 일괄 광고 집행 요구에 직면한다. 종편의 광고 직접판매제 역시 방송광고에서 광고주가 특정 방송채널에 광고를 집행할 경우 다른 방송채널의 불만과 광고 집행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따라 광고주가 방송광고 집행을 주저할 경우 방송광고 전체 규모와 미디어별 상대적 비율에서 정체, 축소되는 현상이 우려된다. 방송광고의 감소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의 감소로 이어지고, 방송 콘텐츠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한류 현상이 우수한 방송 콘텐츠에 의해 가능해졌지 않은가. 방송광고 시장의 혼탁화에 따른 방송 콘텐츠의 경쟁력 상실로 한류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우리나라 광고비 흐름은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진과 산업구조, 뉴미디어 확대에 따라 방송광고 매출액 규모가 불안정함을 보여준다. 전체 광고비 규모는 1997년 5조4000억원 규모에서 IMF 외환위기에 따른 기업의 경영 부진으로 인해 1998년 3조5000억원으로 35.2% 급감했다. 전체 광고비는 이후 회복기를 거쳐 2007년 8조원에 이르렀으나 다시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며 2009년 7조3000억원으로 소폭 축소됐다. 명목 GDP 규모가 1997년 506조원에서 2009년 1063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지만 광고비 규모는 35%만이 상승했음은 산업구조에서 광고가 필요한 내수 산업보다는 광고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수출 산업의 비중이 커졌음을 방증한다. 반면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특정한 수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집행은 비교적 활발하다.

방송광고 시장 역시 언제나 탄탄대로의 상승세는 아니다. 때로는 내외의 환경 변화에 따라 롤러코스터와 같이 상승과 하락이 교차한다. 방송광고 시장의 안정적 환경 속에서 한류와 같은 방송 콘텐츠의 질적 향상이 지속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종편의 광고판매대행사 영업을 포함하는 신중한 방송광고 정책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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