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사용자 늘고 ‘상위 1%’ 집중도 심화

황경상 기자

후기사회학대회 ‘SNS 분석’

지난 1년 사이 한국 사회의 트위터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오는 16~17일 한국사회학회가 개최하는 후기사회학대회에서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셜네트워크컴퓨팅센터(SNCC)와 카이스트(KAIST) 웹사이언스공학 전공팀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소통의 사회구조’를 주제로 공동 발표한다. 두 기관은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에서 SNS 분석을 대표한다.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매체로 부상한 트위터의 변화와 그에 대한 편견, 사용자들의 행태를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자리다.

■ 사용자 증가, ‘상위 1%’ 집중도 심화

한 트위터 사용자가 아이패드로 타임라인에 새롭게 도착한 메시지들을 살피고 있다. 사용자들은 트위터로 뉴스를 소비하기도 하고, 다른 사용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또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어나간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한 트위터 사용자가 아이패드로 타임라인에 새롭게 도착한 메시지들을 살피고 있다. 사용자들은 트위터로 뉴스를 소비하기도 하고, 다른 사용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또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어나간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난 1년 사이 한국 트위터 이용자 중 상위 1%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네트워크 분석 전문기업인 사이람의 김기훈 대표(50)는 2010년 8~9월과 2011년 7~9월 동안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모든 트위터 사용자의 글과 팔로어 링크 등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규모의 증가 추세는 뚜렷했다. 전체 계정 수는 2011년 9월19일 현재 392만7519개로 2010년 8월31일의 112만6206개에 비해 3.5배 증가했다. 2010년 중반을 정점으로 증가율은 감소했지만 수는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팔로어 수는 68명에서 87명으로 늘었고, 팔로어 링크 수는 4.5배 증가해 계정 증가 수를 상회했다.

반면 계정당 월평균 글쓰기는 34.4개에서 19.7개로 줄어들었다. 전체 글쓰기는 월평균 2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계정의 증가 수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이는 평균적으로 사용자들이 트위터에 글쓰기를 덜하게 됐고 좀 더 적극적인 트위터 참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방증이다. 이에 비해 상위 1%의 영향력은 모든 분석지표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김기훈 대표는 “트위터를 읽기만 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었고 적극적인 참여자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며 “그런 흐름이 지속되다보니 기존에 신뢰를 받았던 사람들의 영향력이 좀 더 부각된 것”이라고 밝혔다. 즉, “원본 콘텐츠 생산자의 비중은 줄었지만 복제 등 공감과 확산의 메커니즘은 더 활발해진 셈”이라는 것이다.

■ 트위터는 괴담 유포의 소굴인가

트위터 사용자 늘고 ‘상위 1%’ 집중도 심화

‘광풍’ ‘열풍’…. 트위터에는 주로 비이성적 정보 확산을 의미하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정보에 대한 객관적 판단 없이 타인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 전염병처럼 퍼뜨린다는 것이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40)는 ‘SNS상에서 새로운 생각의 수용’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런 생각에 대해 반박한다.

이 교수는 SNS 열풍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 ‘안철수 현상’을 사례로 분석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다. “안 원장에 대한 SNS상의 여론은 제한적인 바람이었고, 오히려 개인들의 판단이 적극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광풍’을 트위터 친구들이 언급한 내용을 본인이 이어받아 언급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주체적인 판단보다는 주변의 영향력에 휩쓸린다는 의미다. 다만 본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친구 다수가 먼저 언급하고 난 뒤 이어받는 경우로만 사례를 한정했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9월1일, 트위터상에서 과거 한 달 동안 ‘안철수’를 언급하지 않다가 최초로 언급한 사람의 수는 전체이용자 약 400만명 중 5248명에 불과했다. 출마를 포기해 더 극적인 관심을 끌었던 9월6일에는 1만1409명으로 늘었으나 이 수치는 급격히 감소해 17일에는 단 6명으로 떨어졌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1000번의 시뮬레이션으로 친구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을 경우를 산출한 평균값과 비교한 결과는 더 분명했다. 9월1일에는 분명 ‘광풍’의 조짐이 보였다. 평균값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9월6일에는 평균값에 비해 1일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른 사람이 안철수를 언급해도 외려 자신은 더 언급하지 않은 셈이다.

이 교수는 “누군가를 쫓아가는 메커니즘이 트위터에 분명 존재하지만 순식간에 지나간다”며 “그 후에는 스스로 판단하면서 그런 경향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력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SNS를 통한 괴담 유포를 우려하는 것은 과장”이라며 “SNS가 실험 결과보다 사회정치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언론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우리는 왜 ‘언팔’을 하는가

짧은 시간에 트윗글 많이 올리기, 자잘한 일상에 대해 트윗글 올리기…. 트위터 이용자들이 ‘언팔로’(언팔·팔로 관계를 끊어서 더 이상 메시지를 수신받지 않는 것)를 당하지 않기 위해 가급적 하지 않아야 할 행동들이다.

곽해운 스페인 바르셀로나 텔레포니카연구소 연구원(29) 팀은 SNS 연구에서는 최초로 트위터에서 이뤄지는 ‘언팔’이 얼마나 자주 이뤄지고 또 왜 이뤄지는지를 분석했다. 120만명의 한국인 트위터 이용자들을 51일간 모니터링한 결과, 43%가 1번 이상 언팔을 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1명당 약 15.4~16.1명을 언팔한 것으로 분석됐다. 곽 연구원은 “지켜 본 기간이 늘어났다면 언팔한 사람들의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관계의 상호성이 먼저 꼽혔다. 쉽게 말해 “상대방이 반응을 해주면 정서적 가까움이 느껴지고 관계가 끊어질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서로 팔로를 해주거나(맞팔), 리플라이를 해주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또한 팔로한 기간이 길고, 팔로 대상자의 정보적 유용성이 높거나, 서로 간 팔로한 사람들이 많이 겹칠수록 언팔 가능성은 낮아졌다.

22명의 사용자를 심층면접한 결과는 구체적으로 이를 방증한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친하지 않은 이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포스퀘어를 쓰는 등 자잘한 일상을 많이 올릴 경우 언팔한다고 답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트윗글을 올리거나 흥미없는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언팔의 이유로 꼽았다. 정치적 의견차도 연결 끊기의 한 요인이었다.

곽 연구원은 “트위터를 기업 홍보나 정치적 메시지 전달용으로 사용할 때 연달아 트윗을 열심히 올릴수록 오히려 팔로어들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언팔 연구는) 사람들이 트위터에서의 정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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