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탐구

세 후보의 패션 콘셉트

박주연 기자

박 ‘사람이 보이도록’… 문 ‘정직과 소통’… 안 ‘편안함, 자연스러움’

영상과 사진이 빠르게 소비되는 오늘날의 대선에서 시각적인 무게는 크다. 후보를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유권자들은 TV와 신문, 인터넷에서 접하는 사진 한 컷, 동영상 한 컷을 보면서 웃고 박수치고 고개를 젓기도 한다. 후보들의 성격과 철학, 그날의 현장을 머릿속에 담으면서 시각적 이미지도 쌓아가는 것이다. 일관되게 강조하거나 때때로 변화를 주는 옷차림, 손짓, 몸짓에는 유권자를 향한 후보들의 전략이 숨어 있다.

[대선주자 탐구]세 후보의 패션 콘셉트

■ 박근혜
간단한 장신구, 활동성 좋은 바지 즐겨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패션 콘셉트는 ‘옷이나 액세서리보다 사람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오랜 정치생활로 새롭게 외적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적기 때문이다. 그가 대선 현장에서 입는 옷 대부분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입었던 것들이다. 주로 바지 정장을 입는다. 활동성이 좋아서다. 조윤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재래시장이나 복지관과 같이 여러 곳을 걷거나 뛰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치마 입고는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등원 때 가끔 치마를 입기도 했지만 비상대책위 시절이나 선거 현장에선 줄곧 바지를 애용한다. 언론에선 ‘전투모드’라는 해석을 붙이고 있다.

색상은 네이비, 카멜, 카키류를 좋아하고 상의는 대개 깃이 있는 스타일이다. 캠프에서는 옛날부터 박 후보의 옷을 만들어주는 아주머니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근래엔 겉옷부터 목도리, 신발까지 새누리당의 당색인 ‘빨강 콘셉트’를 늘려가고 있다.

액세서리는 3가지의 금·진주 목걸이와 브로치를 이용한다. 지난 9월부터는 개성공단에서 제작한 시계를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아 착용하고 있다. 빨간색 손목줄이 새누리당 당색과 같아 즐겨 찬다고 한다.

구두는 4켤레를 번갈아 신고 있다. 브랜드는 백화점에서 철수한 중저가 브랜드 엘레강스다. 은회색, 짙은 갈색, 네이비, 검정 색깔인데 두 켤레는 10년 넘게 신었다고 한다. 캠프에는 동네 구두방에 수선하러 맡겼더니 “이런 구두를 누가 신느냐”고 놀랐다는 말도 전해진다. 굽은 모두 5㎝의 넓은 형태다. 박 후보는 발이 작아 225㎜를 신는다.

[대선주자 탐구]세 후보의 패션 콘셉트

박 후보는 지난 10월31일 오후 수원의 한 시장 점포에서 빨간색 워커를 보고 한눈에 반해 4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이 워커는 그날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바지쇼에 신고 나왔다.

가방은 커다란 밤색 서류가방 2개를 번갈아 든다. 들고다니며 읽어야 할 서류가 많기 때문이다.

단 한번 단발머리로 바꿨을 뿐 머리는 항상 올림머리를 고수한다. 고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려는 뜻 아니냐고 묻자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조 대변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머리는 박 후보가 아침마다 15분 만에 직접 연출한다.

■ 문재인
흰머리·품 넓은 옷, 자연스러움 강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안경을 쓴 대선 후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유력주자 중에 선거 때 안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문 후보는 대선 출마선언 후 기존의 네모난 안경테를 둥그스름한 금속테로 바꿨다. 부드러우면서 세련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다. 한때 붉은빛이 도는 갈색 뿔테 안경을 번갈아 쓰기도 했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자 더는 쓰지 않는다고 한다.

문 후보의 패션 콘셉트는 ‘정직과 소통’이다. 새로운 스타일을 연출하기보다 원래 갖고 있는 장점을 잘 다듬어 보여주려는 쪽이다. 부인 김정숙씨와 패션디자이너 김지나씨가 조언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문 후보 뜻에 따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 7월29일 서울 망원동 월드컵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부인과 김지나씨는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문 후보에게 서민적 느낌이 나는 점퍼를 권했지만, 문 후보는 “나는 시장 분위기에 맞추려는 옷보다는 나를 만나러 오는 분들에게 나의 마음과 예의를 표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수트를 착용했다고 한다.

[대선주자 탐구]세 후보의 패션 콘셉트

2 대 8 가르마를 탄 반백의 머리에 염색을 전혀 하지 않는 것도 문 후보의 뜻이다. 유송화 선거대책위 팀장은 “부인과 참모들이 ‘흰머리가 계속 늘고 있으니 완전히 까맣게 하진 않더라도 일부라도 염색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했을 때 문 후보는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 중에 “흰머리가 멋지니 절대 염색하지 말라”고 했던 지지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총선 출마 전까지 경남 양산의 ‘블루클럽’에서 이발하다가 서울에 올라온 후에는 국회이발소를 이용하고 있다.

평소 옷은 흰색 와이셔츠에 진한 곤색 수트를 즐겨 입는다. 브랜드는 캠브리지멤버스, 맨스타 등이다. 클래식한 수트와 콤비 스타일의 수트를 8 대 2 비율로 입고 몸에 딱 붙는 것을 불편하게 여겨 품이 넉넉한 스타일을 고른다. 정장용 구두 세 켤레(검정 2, 고동색 1)와 캐주얼한 신발 한 켤레를 갈아 신는다. 지난 10월14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기살리기 마라톤대회’ 때는 청바지를 입기도 했다. 논산훈련소에서 군복을 입고 각개전투 훈련에 나섰듯이 선거 현장의 제복이나 근무복도 많이 입는 쪽이다.

■ 안철수
셔츠 단추 푼 세미정장 ‘탈권위적’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편안함,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대선에서는 노타이에 셔츠 단추를 한두 개 푸는 세미 정장으로 탈권위적 모습을 보여왔다. 안철수연구소 시절 청바지·면바지에 남방·티셔츠를 즐겨 입다가 대학교수로 직업을 바꾸면서 강단이나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노타이에 세미 정장이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난 9월19일 대선 출마선언 후 그의 옷차림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의와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가 많아지면서 타이를 매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그때마다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옆에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숙현 비서실팀장은 “언론 노출이 많아지면서 공식 석상에서는 검은색이나 남색 수트에 흰색이나 밝은 톤의 파란색 셔츠를 안에 입고, 깨끗한 원색의 타이를 주로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주자 탐구]세 후보의 패션 콘셉트

하지만 강연장, 길거리, 번개미팅, 간담회 등의 자리에서 여전히 안 후보의 패션 콘셉트는 노타이다. 타이 매는 것을 싫어하는 안 후보는 곧잘 주변에 “안하면 안되나요”라고 묻기도 한다. 수트는 CEO 시절 구입해 오랜 기간 입었다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조르조 아르마니를 벗고 지금은 국내 브랜드만 입는다. 2~3벌의 수트를 번갈아 입는다.

현장 행보에서는 늘 프랑스 브랜드인 웅가로의 파란색 점퍼 차림이다. 주변에서 “왜 파란색 점퍼만 입느냐. 옷이 없느냐”는 질문도 받는다고 한다.

출마선언 후 가장 달라진 점은 헤어스타일이다. 직모인 그는 앞머리가 길면 눈을 찌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오는 스타일을 선호했다. 지금은 무스나 젤을 이용해 머리를 고정한다. 지지자들이 페이스북 등 SNS에서 이마를 드러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내줬고 스타일리스트와 참모들도 같은 조언을 했다고 한다.

구두는 굽이 전혀 없는 스타일을 신다가 출마선언 후 약간의 굽이 있는 것으로 바꿨다. 이숙현 팀장은 “오래 서 있거나 걷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것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약간의 굽이 있는 구두를 선물받아 신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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